침침한 사진 대신 밝은 조명... 최신무기 맘먹고 공개한 북한

입력
2021.10.1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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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1일 개막한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은 최근 5년간 개발한 최신 무기들이 무더기로 등장해 관심을 끌었다. 특히, 전람회를 보도한 여러 장의 사진에는 그동안 시험발사나 열병식 장면을 통해서 제한적으로만 공개돼 온 무기들의 세부형태가 담겨 있어 군 정보 당국은 물론 각국의 무기전문가들이 주목하고 있다.

전람회장의 전경 사진을 보면, 중앙 무대를 중심으로 오른편엔 미국 본토를 겨냥한 장거리미사일 체계가, 왼편엔 남한을 사거리에 둔 단거리 무기가 주로 배치돼 있다. 전시장 오른편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지난달 28일 시험발사를 통해 처음 공개된 극초음속미사일 '화성-8형'이다. 극초음속미사일은 궤도 수정과 초저공 비행이 가능하고 마하 5 이상 속도를 낼 수 있어 현존 미사일방어체계로는 요격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중앙통신은 당시 시험발사 장면을 담은 사진을 단 한 장만 공개했는데, 발사 시간이 동트기 전인 데다 역광으로 촬영해 탄두에 해당하는 극초음속 활공체 등 미사일의 형태를 제대로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데, 북한은 그로부터 불과 13일 만에 화성-8형의 실체를 공개했다. 밝은 조명이 내리쬐는 전람회장에서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6형'과 '화성-15형'에 이어 세 번째 자리에 배치해 그 존재감을 과시한 것이다. 전람회에 등장한 화성-8형의 활공체는 끝이 뾰족하고 날렵한 유선형을 띠고 있다.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진회색 바탕의 탄두에 주황색 테두리가 그려져 있는데, 이는 지난달 공개한 시험발사 사진에서도 일부 확인할 수 있었다. 검은색에 가까울 정도로 어둡게 찍힌 미사일 부분을 밝게 처리했을 때 주황색 테두리가 선명하게 나타나는데, 전람회장에 등장한 기종과 동일한 형태다.

추정 최대사거리 15,000㎞로, 지난해 당 창건 열병식에 최초 공개된 이후 국내에서 화성-16형으로 불린 ICBM의 경우, 이번 전람회에서 '화성-17형'으로 명명된 것으로 확인됐다. 화성-8형 양옆에 위치한 ICBM 화성-15형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역시 열병식과 시험발사 장면 등을 통해 공개된 적이 있지만 밝은 조명 아래 상세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다.

'화성' 시리즈 다음으로 ‘북극성’ 계열 SLBM 3종이 전시됐다. 연초에 공개한 원자력잠수함 탑재용 '북극성-5ㅅ'과 북한 최초의 SLBM '북극성-1ㅅ'에 이어 세 번째로 자리 잡은 소형 미사일에 대해 신형 소형 SLBM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전시장 왼편에는 지난 3월 시험발사한 신형 전술유도탄(KN-23 개량형)을 필두로 단거리탄도미사일 체계가 자리했다. KN-23 개량형 미사일은 사거리 600㎞에 탄두 중량 2.5t으로 한자리 건너 위치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에 비해 사거리가 더 길고 중량도 무겁다. 둘 사이에 자리 잡은 '화성-11나형' 미사일까지 세 기종 모두 한반도를 사정권에 둔 무기라는 점이 주목된다. 긴 연료 주입 시간이 필요한 액체연료 대신 고체연료를 사용해 신속한 발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남한에 가장 위협적인 무기군으로 평가된다.



신형 전술유도탄 오른편 대각선 방향에는 일반 열차의 객차 모양을 한 발사장치와 미사일이 전시돼 눈길을 끈다. 이 발사체는 지난달 15일 새벽 북한 철도기동미사일연대가 중부 산악지대에서 시험발사한 것과 동일한 기종으로 보인다. 시험발사 직후 조선중앙통신은 "800㎞ 떨어진 동해상 표적을 정확히 타격했다"면서 철도 위에 멈춰 선 열차에서 미사일이 발사되는 장면을 상세히 보도했다. 전람회 사진을 보면, 하나의 발사체에 미사일 두 대가 장착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산악지역까지 기동이 가능한 데다 민간열차와 구분이 어려운 철도기동미사일 역시 남한에는 매우 위협적이다.



단거리 미사일 옆으로는 지난 2019년 공개된 초대형 방사포(다연장로켓)가 전시됐다. 세계 최대급인 600㎜ 구경 로켓포를 장착한 방사포는 400㎞ 떨어진 표적을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구역엔 방사포와 외형은 비슷하나 목적이 전혀 다른 신무기도 자리 잡고 있다. 지난달 시험발사한 장거리 순항미사일로, 각각 2열 4구 또는 6구로 구성된 방사포와 달리 2열 5구로 구성된 발사 차량이 함께 전시됐다.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에 비해 속도는 느리지만 저고도로 비행해 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어 위협적이다. 개막식에 참석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 순항미사일을 유심히 살펴보기도 했다.



그 밖에 지난달 30일 시험발사한 신형 ‘반항공미사일’과 지난해 당 창건 열병식에서 최초 공개된 차세대 주력 전차 'M-2020(가칭)'도 눈에 띈다. 특히, M-2020은 중앙 무대 위 김 위원장 자리 바로 뒤편에 전시돼 북한 당국이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