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5일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뽑는 본경선을 앞두고 각 경선캠프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당원투표(50%)와 같은 비중으로 반영되는 국민여론조사의 문항·문구에 따라 주자들의 운명이 갈릴 수 있어서다. 각 캠프 대리인들이 참여한 여론조사 자문기구가 출범했지만 합의 도출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만약 경선 결과에 불복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후 지지율 상승)를 누리지 못한 더불어민주당의 전례를 따를 수도 있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15일 성일종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여론조사 전문가위원회 구성을 의결했다. 당 선관위원과 학자, 각 캠프 대리인 등 10명으로 구성된 전문가위가 본경선 여론조사 방식을 논의해 자문안을 제출하면 선관위가 최종 결정을 내린다. 선관위 관계자는 "조사 및 준비 기간을 고려하면 다음 주까지는 최종 문항이 도출돼야 한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을 둘러싼 각 주자들의 갈등에 몸살을 앓았다. 본경선 여론조사에서는 1·2차 예비경선의 '적합도' 대신 '경쟁력'을 묻는다는 원칙을 정하면서 급한 불은 껐지만, 문항과 문구, 조사방법 등 구체적인 내용은 결정하지 않은 상태여서 불씨는 여전하다 .약 1주일 안에 이를 원만히 조율해 확정 짓는 것이 전문가위의 과제다.
현재까지는 ①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국민의힘 주자를 한 명씩 양자 가상대결에 붙이는 방식, ②이 후보와 본선에서 붙었을 때 누가 가장 경쟁력이 있는지를 4지선다형으로 묻는 방식이 거론된다. 각 주자 캠프 측은 "선관위 결정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유불리 계산에 따른 캠프 간 이견을 좁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보수층 지지세가 강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근 '대장동 1타강사'로 급부상한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①양자 대결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정홍원 당 선관위원장이 9월 5일 백브리핑에서 '여권 유력후보와 우리 후보를 일 대 일로 놓았을 때'라고 언급했다"며 "발표한 대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자 대결 방식이 아닌 다른 문항을 채택하는 것은 합의를 번복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홍준표 의원 측은 ②4지선다형 방식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네 차례 양자 대결로 물으면 질문이 길어져 질문 순서 등 변수의 영향이 크다는 주장이다. 유승민 전 의원 측은 양자 대결이냐 4지선다형이냐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어떤 방식으로 결정되든 '디테일'이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유 전 의원 캠프 관계자는 "기권·무효표 처리와 반복 질문, 백분율 환산 방법 등을 두고도 각 캠프가 번번이 충돌할 수 있다"며 "당헌·당규와 관례에 따라 잡음 없이 결정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