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김 전 차관이 피의자가 아니라는 검찰 주장은 경악스럽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광철 전 비서관은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선일) 심리로 열린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 첫 공판에 출석해 "개인적·직업적 양심에 반한 행동을 한 적이 없고 기소에 대한 문제 의식을 법원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밝혔다. 이 전 비서관은 김 전 차관이 출국을 시도했던 2019년 3월 22일 출국금지 전반을 주도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기소됐다.
이 전 비서관은 이날 법정에서 검찰이 김 전 차관의 피의자성을 부인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비서관은 "검찰은 2019년 3월 22일 김 전 차관이 형사 피의자가 아님에도 검찰이 그를 위법하게 긴급 출금해 범죄가 된다고 보고 있다"면서 "그런데 검찰 과거사위원회 수사단은 그해 6월 뇌물수수 혐의로 김 전 차관을 구속기소했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은 이어 "김학의 전 차관의 피의자성이 인정 안 된다는 건 일종의 자아분열"이라며 "김 전 차관의 피의자성이 수사단을 출범시킨 가장 본질적인 이유인데, 수사팀 항변은 모순으로 가득 찼다"고 했다.
이 전 비서관은 김 전 차관 출국금지 과정의 핵심 인물로 봉욱 전 대검 차장검사를 지목했다. 이 전 비서관은 "봉욱 전 차장의 언론 보도를 찾아볼 수 없다. 검찰이 피고인들을 현미경으로 샅샅이 살핀 데 반해 봉 전 차장에 대해선 망원경을 들어 언론 보도를 차단했다"며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일체 개입한 바 없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이 진술을 마치자 검찰 측은 "(김 전 차관) 수사팀을 해체한 게 누구였느냐. 해체해놓고 미진하다고 하면 가당치도 않다"고 맞받으며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이 전 비서관은 "재판장 허락 없이 공격신문을 하는 것이냐. 싸우러 온 게 아니다"고 지적했고, 검찰 측이 "이 정도로 하겠다"고 대답하며 상황은 마무리됐다.
이 전 비서관과 함께 법정에 선 차규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이규원 대전지검 부부장검사도 직접 발언했다. 당시 출입국 관리 책임자로서 이 부부장검사의 위법 행위를 알고도 조치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 차규근 연구위원은 프레젠테이션(PT)을 통해 입장을 설명하기도 했다.
차 연구위원은 "검찰은 민간인인 김 전 차관의 출국권을 방해했다는데, 대검은 일주일도 안 돼 특별조사단을 꾸려 (김 전 차관 뇌물수수 등 사건) 재수사에 착수하고 한달 뒤 구속기소했다. 그렇다면 재수사팀 역시 무고한 민간인을 구속시켜 직권을 남용한 결과를 낳는다"고 주장했다.
이규원 부부장검사는 "대검 수뇌부 지시를 받아 법과 원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이 부부장검사는 대검 진상조사단 소속으로 근무할 당시 김 전 차관의 출국을 막기 위해 허위 사건번호가 기재된 요청서를 접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피고인 3명의 입장을 확인한 재판부는 내달 5일 두 번째 공판을 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