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아킬레스건’ 아웅산 수치 숨기기에 급급한 미얀마 군부

입력
2021.10.15 17:15
저항운동 강화 우려, 변호인단 발언 금지 
"수치 면담 요청" 국제사회 흐름도 영향

미얀마 쿠데타 군부가 문민정부 수장이던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존재를 지우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수치 고문의 발언이 공개될 때마다 국민적 저항이 커지는 데다, 국제사회마저 그를 매개로 현 사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런 기류를 차단하려 하는 것이다.

15일 이라와디 등 현지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수치 고문의 변호인단에서 활동 중인 킨 마웅 조는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군부가 형사소송법 144조에 근거해 재판 내용에 대한 공표금지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수치 고문의 구금 장소를 비밀로 유지하며 법정 접근까지 철저히 막고 있는 군부가 유일한 정보 공개 통로였던 변호인들의 '입'마저 막고 나선 셈이다. 변호인단은 5월 24일 수치 고문의 첫 재판 이후 "민중의 힘으로 결성된 (쿠데타 이전 여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국민이 존재하는 한 존립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발표하는 등 대국민 창구 역할을 해 왔다.

군부의 '수치 고문 숨기기'는 최근 더 활발해진 무장저항 움직임과 연관돼 있다. 수치 고문의 첫 메시지가 알려진 뒤 전국 각지에서 시민저항군이 구성된 전례가 있는 터라, 군부로서는 '어떻게든 반군의 추가 결집을 막아야 한다'고 판단했을 법하다. 현지 소식통은 "1심 재판이 막바지로 향하면서 수치 고문의 최후변론도 곧 진행된다"며 "증인 출석 방해 등을 주장하고 있는 수치 고문이 대국민 저항전을 독려할 가능성도 커지자 군부가 서둘러 접촉면을 차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치 고문 측에 접근하려는 국제사회의 행보도 군부의 조바심을 자극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은 최근 군부에 수치 고문과의 대화를 거듭 요구하는 등 적극적 자세로 선회했다. 여기에다 유엔과 미국, 유럽연합도 수치 고문과의 대화를 촉구하는 등 지원 사격에 나섰다. "사태 해결을 위해선 반대편 입장도 들어 봐야 한다"는 외교적 명분도 내세웠다. 그러나 이 같은 모든 조치는 결국 국제사회가 '군사정권 불인정' 결론을 내리는 근거로 활용될 것이라는 게 군부의 의심이다.

권력을 내려놓을 생각이 전혀 없는 군부는 '마이웨이'를 고수하고 있다. 군부 대변인은 전날 아세안에 "범죄자인 수치 고문과의 만남은 어렵다"는 최종 입장을 밝혔다. 명확한 거부 의사 표명이다. 아세안은 이날 외교장관 화상회의를 개최, 26~28일 아세안 정상회의에 군부 수장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배제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군부가 앞으로 아세안 내에서 계속 미얀마를 대표하길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중재에 협조하라'는 압박이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