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는 ‘코로나 기원’ 조사… WHO vs 중국 ‘기싸움’ 치열

입력
2021.10.14 17:00
0면
WHO 새 자문그룹 출범... 각국 과학자 26명 참여
"中 협조하에 조사 이뤄지길... 이번이 마지막 기회"
중국 "이미 협조했다... 다른 나라서 조사하라" 맞불
우한 혈액 샘플 '자체 조사' 추진... 신뢰성은 불투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 규명을 둘러싼 세계보건기구(WHO)와 중국 간 기싸움에 다시 불이 붙고 있다. 새로운 전담팀을 꾸린 WHO는 중국을 향해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며 조사 협조를 촉구했고, 중국은 “다른 곳에서 조사하라”고 맞불을 놨다. 특히 중국은 코로나19 첫 발병지로 지목된 우한 지역에서 채취한 혈액 샘플 수천 개를 자체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국제사회의 개입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WHO는 이날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가능성이 있는 신종 질병 대비를 위한 과학자문단 ‘새로운 병원체의 기원 조사 국제과학자문그룹(SAGO)’을 구성했다. 최우선 임무는 코로나19의 ‘중국 우한연구소 기원설’에 대한 정밀 검증이다. SAGO에 참여하는 각국의 과학자 26명 가운데 올해 2월 코로나19 관련 우한 현장 조사에 참가했던 마이온 코프만스, 테아 피셔 등이 포함된 대목에서도 WHO의 이 같은 의지가 읽힌다.

마리아 반 케르코프 WHO 감염병 책임자는 “(코로나19 기원 관련) 추가 조사가 중국의 협조하에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마이크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도 “새 자문그룹은 전 세계를 멈춰 서게 한 코로나19의 기원을 찾아낼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중국을 겨냥해 추가 조사에 적극 협조하라고 압박한 셈이다.

앞서 WHO 조사팀은 올해 초 중국에서 4주간 현장 조사를 벌인 뒤 “바이러스가 박쥐에서 동물을 거쳐 인간한테 전염된 사실을 파악했지만, 다른 부분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중국은 WHO 조사에 소극적으로 응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실제 코로나19의 기원은 아직도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과 WHO의 공조가 제대로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전쉬 중국 유엔대표부 대사는 이날 “중국은 두 차례나 국제 조사팀한테 협조했다. 이제는 다른 나라에 조사팀을 보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기원과 중국의 연관성은 더 이상 살펴볼 필요가 없다고 못 박은 것이다.

오히려 중국은 자체적으로 코로나19 기원을 조사하겠다는 태세다. 전날 미국 CNN방송은 “중국 정부가 우한의 혈액 샘플 수천 개를 검사할 준비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보건당국 관계자는 “(혈액 샘플 보관 기간인) 2년 기한에 도달하면 검사가 실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한시 혈액 센터에는 2019년 11~12월 확보된 혈액 샘플이 최대 20만 개 보관돼 있다.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병한 날짜로 최초 보고된 건 2019년 12월 8일이다.

다만 중국의 조사 결과가 국제사회 신뢰를 얻을지는 미지수다. 모린 밀러 미 컬럼비아대 전염병학 교수는 “(우한의) 혈액 샘플에는 코로나19 기원의 핵심 단서가 담겨 있을 것”이라면서도 “자격을 갖춘 외국 전문가가 참여하지 않으면 중국의 보고서를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