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할매글꼴’의 주인공을 배출한 칠곡 성인문해반 어르신들이 역사 속 한글 발자취를 따라 나들이에 나섰다. 한글 제575돌을 기념하고, 한글을 활용한 관광콘텐츠 개발을 위해서다.
경북도는 15일 칠곡 할매글꼴을 만든 권안자 추유을 할머니 등 칠곡군 성인문해반에서 한글을 깨치는 어르신 5명과 담당교사 등을 대상으로 경북 안동시, 영양군 일원 한글 관련 명소를 둘러보는 ‘칠곡할매, 신바람 나들이길’행사를 열었다.
이들은 한국전쟁이나 가부장적인 사회분위기로 정규 한글 교육을 받지 못해 생활 속 불편을 겪던 칠곡지역 할머니들이다.
할머니들은 영양군 장계향문화체험교육원을 찾아 국내 첫 한글조리서인 음식디미방에 나오는 전통음식 맛보기를 체험했다.
이어 안동으로 이동해 원이엄마 이야기를 모티브로 월영교를 한복 차림으로 산책하며 사진을 찍고 황포돛단배에서 뱃놀이를 했다.
원이엄마는 20여년 전 한 무덤에서 발견된 한글편지의 주인공이다. 어린 아들과 유복자를 두고 요절한 남편에게 보내는 애절한 사연을 담고 있다. “당신 늘 나에게 이르되, 둘이서 머리가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 하시더니,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자식은 누구한테 기대어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시나요”로 시작하는 편지는 한국판 사랑과 영혼으로 주목 받았다.
칠곡할매글꼴은 지난해 12월 성인문해교육을 통해 한글을 깨친 할머니들의 글씨체를 칠곡군이 정식으로 저작권 등록한 글꼴이다. 칠곡군이 저작권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인쇄물에서는 저작권을 표시하면 된다. 글꼴 주인공의 실명을 따 △칠곡할매 김영분체 △칠곡할매 권안자체 △칠곡할매 이원순체 △칠곡할매 이종희체 △칠곡할매 추유을체 5종이다.
할머니들은 글꼴 등록을 위해 넉 달 간 1명이 2,000장이 넘는 종이에 글씨체를 연습했다. 글꼴에는 할머니들의 삶과 인생 그 자체가 스며 들었다.
칠곡할매글꼴은 한컴오피스 정식 글꼴로 탑재됐다. 국립한글박물관이 칠곡할매글꼴로 제작한 표구와 글꼴이 담긴 USB를 유물로 지정 영구보전하기로 했다.
김상철 경북도 문화관광체육국장은 “어르신들의 연세와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 준비했고, 이번 나들이를 계기로 관광과 한글을 연계한 다양한 관광상품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북은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훈민정음 해례본 간송본(안동본)과 골동품업자가 은닉 중인 상주본이 모습을 드러낸 지역이다. 경북도는 경북도 공문서에 찍는 도장(공인)을 최근 훈민정음 해례본의 글씨체로 바꿨다. 또 훈민정음 글꼴로 경북형 한글 글꼴 개발, 관광 기념품, 간판 등 다양한 분야에 한글을 접목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