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바로 보기 | 1부작 | 15세 이상
악당이 시한폭탄을 설치한다. 도시 전체가 아비규환이 되면 그나마 다행. 인류를 절멸에 몰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인공은 폭탄을 해제하려 사력을 다한다. 시한폭탄엔 초시계가 설치돼 남은 시간을 알 수 있다. 주인공은 보통 폭발 몇 초 전 폭탄을 해체할까. 대부분 답을 알겠지만 1초 전이다. 폭발 직전 시한폭탄 해체는 상투적인 표현이다. 하지만 관객 대부분은 초침이 최후의 순간까지 흐를 때 심장을 죄는 서스펜스를 맛보곤 한다.
자연스럽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끌리는 조미료 같은 맛. 클리셰는 영화사나 감독이 비판받으면서도 버릴 수 없는 무기다. 장르의 공식에 충실하기 마련인 할리우드에는 여러 클리셰가 있다. ‘할리우드 클리셰의 모든 것’은 이를 속속들이 캐본다.
할리우드 영화 속엔 다양한 클리셰가 있다. 공포영화는 고양이와 화장실 거울을 즐겨 활용한다. 관객과 등장인물을 깜짝 놀라게 할 때, 그러나 딱히 위험이 존재하지 않을 때 고양이가 즐겨 쓰인다. 고양이를 기르는 이들이 적지 않고, 도시엔 거리를 떠도는 고양이들이 많아서다. 등장인물이 화장실 거울 앞에 서면 관객 대부분은 긴장한다. 카메라 각도가 살짝 바뀌거나 거울을 여닫을 때 위협적인 존재가 비칠 가능성이 커서다. 워낙 자주 사용되다 보니 학습된 관객은 뭔가 나타날 것이라고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된다.
상투적 표현엔 편견이 담긴 것도 있다. 로맨틱 영화에서 남자가 여자를 쫓아다니면 낭만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여자가 남자를 쫓아다닐 경우 장르는 공포나 스릴러로 변하기 일쑤다. 스토킹을 했을 때 남자는 로맨티시스트, 여자는 스토커가 되는 셈이다.
악당이 영국식 영어를 쓰는 것도 편견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영국식 영어는 악당이 지능형 범죄자이고 대형 범죄를 기획할 수 있다고 암시하곤 한다.
‘스머페트 법칙’이라 불리는 클리셰가 있기도 하다. ‘어벤져스’ 시리즈의 블랙 위도우(스칼릿 조핸슨)처럼 여자 주인공이 구색 맞추기식으로 등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TV애니메이션 ‘개구장이 스머프’에서 스머페트가 유일한 여성으로 나오는 걸 빗댔다.
클리셰라고 매번 비판받아 마땅할까. 어떤 감독은 상투적인 표현을 뒤집으며 관객에게 별미를 제공한다. 공포영화 ‘스크림’(1996)이 대표적이다. 드루 배리모어가 연기한 역할이 도입부에 살해당해 영화 속 가장 유명한 배우는 끝까지 살아남는다는 법칙에 도전한다. 클리셰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