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탐구] 年 100만원 공짜로 주고, '미친 집값'은 국토보유세로 잡는다는데...

입력
2021.10.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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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끝) 대선후보 이재명 핵심 공약

“세계 최초로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나라를 만들겠다.”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 오명을 없애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10일 후보 수락 연설에서도 ‘기본 시리즈’와 ‘부동산 대개혁’을 거듭 천명했다. 이 후보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의제처럼 빈부에 관계없이 누구나 같은 혜택을 주는 기본 시리즈(기본소득ㆍ기본주택ㆍ기본금융)에 표심이 쏠릴 것으로 기대한다. 또 국토보유세 등 초고강도 부동산 규제를 추진하면 대장동 의혹을 정리할 수 있다고 장담한다. 앞날은 가시밭길이다. 재원 마련이나 실현 가능성 등을 놓고 반발이 워낙 거세 본선에서도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

"1년에 100만원 공짜로 제공"… 증세 없이?

대표공약은 ‘기본소득’이다. 그는 “임기 안에 전 국민에게 연간 100만 원, 19~29세 청년에게는 추가로 10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2023년 ‘청년 125만 원, 전 국민 25만 원’으로 시작해 임기 말엔 ‘청년 200만 원, 전 국민 100만 원’을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한 해 60조 원이 필요한데, 지출 구조조정(25조 원)을 하고, 조세감면을 축소(25조 원)하면 세금을 더 걷지 않아도 재원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이후 최종 목표인 ‘월 50만 원 기본소득’ 단계에서는 탄소세와 국토보유세 등 기본소득 목적세를 도입하겠다고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역대 정부 모두 정치적 부담이 큰 증세 대신 ‘지출 구조조정’ 카드를 꺼냈지만 효과를 본 적은 거의 없다. 여권 관계자는 “기존 수혜자가 반대할 게 뻔해 실제로는 불필요한 예산을 삭감하기보다 지출 유예에 가까운 형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조세감면 축소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도 ‘선 비과세ㆍ감면 정비→후 세율 인상’을 내세웠지만, 내년 국세감면액은 60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역대 최대치다. 정부 관계자는 “감면 축소도 세 부담이 는다는 점에서 증세와 같다. 중산층 반발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9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계획을 언급했다가 반대 여론이 들끓자 곧장 철회한 게 단적인 예다.

결국 기본소득 공약을 실행하려면 증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한 달에 8만 원 받자고 세금을 더 걷느냐”는 저항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부자에게 필요 없는 돈, 가난한 사람에게는 부족한 돈을 주면서 너무 많은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제도(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기본소득을 본선 공약으로 채택할지 여부를 두고 당내 논란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아동수당 등 기존 복지제도의 지원 수준을 올리다가 지원 대상을 점차 넓히는 방안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월세 60만원 집도 준다"... 지을 땅은 어디?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인 부동산 분야도 확 뜯어고칠 계획이다. ‘임기 내 250만 가구를 공급하되, 이 중 100만 가구를 기본주택으로 공급한다’는 공약이 근간이다. 중산층을 포함한 무주택자 누구나 저렴한 임대료(85㎡ 기준 월 60만 원)로 30년 이상 살 수 있다. 투기 수요는 ‘국토보유세’로 잡는다. 고가 부동산에만 부과하는 종합부동산세를 폐지하는 대신, 개인ㆍ법인이 가진 모든 토지에 ‘징벌적’ 세금을 부과해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장이 2018년 추정한 국토보유세 세수 예상치는 15조5,000억 원. 이 후보 측은 국토보유세가 도입돼도 과세대상의 약 90%는 내는 돈(세금)보다 받는 돈(기본소득)이 더 많을 거라고 주장한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시장 안정과 기본소득 재원 확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안”이라고 자신했다.

역시 논란은 많다. 기본주택 공약에는 “과연 3기 신도시 공급량(35만 가구)의 3배에 달하는 물량을 수도권에 공급할 택지가 있느냐”는 비판이 쏟아진다. 국토보유세 관련해서도 “소득이 없어도 땅만 있으면 무조건 세금을 내라는 말이냐” “부자와 아닌 자를 갈라치기하는 제도” 등 힐난이 적지 않다. 기획재정부마저 최근 국정감사 서면 답변에서 “국토보유세는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박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