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도 깨지 못한 '아자디 징크스'… 이란과 1대1 무승부

입력
2021.10.13 00:48


지긋지긋한 '아자디 징크스'를 이번에도 깨지 못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이 멋진 선제골을 터뜨렸으나 리드를 지키지 못하며 무승부를 거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12일 이란 테헤란의 아지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A조 4차전 이란과의 경기에서 1대1로 비겼다.

A조 선두 경쟁을 펼치는 두 팀의 맞대결이었다. 이란은 3연승하며 승점 9점으로 1위를 달리고 있고 한국은 2승1무(승점 7)로 이란을 바짝 쫓고 있다. 이날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는 달라질 수 있었다. 하지만 양팀이 승부를 가리지 못하면서 한국은 2승 2무로 조 2위에 그대로 머물렀다. 반면 이란은 3승 1무로 선두 자리를 지켰다.

한국은 그 동안 이란에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다. 이란과의 A매치 대결에서 9승 10무 13패로 추격에 실패했다. 특히 이란 원정에서는 유독 약한 모습을 보여 1974년 처음으로 이란 테헤란에서 원정경기를 치른 이후 단 한 차례도 승리가 없다. 47년간 3무5패를 기록하게 됐다. 한국으로서는 이 날 경기에서 최근 이란 원정 3연패에서 벗어나고 이란의 연승 행진을 멈춘 것에 만족해야 했다.

벤투 감독은 4-2-3-1 전술을 들고 나왔다. 황의조(보르도)가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고 손흥민(토트넘), 이재성(마인츠), 황희찬(울버햄튼)이 2선에 위치했다. 황인범(루빈 카잔)과 정우영(알 사드)이 허리에서 공수를 조율했고 홍철(울산), 김영권(감바오사카), 김민재(페네르바체), 이용(전북)이 포백을 구축했다. 골문은 김승규(가시와 레이솔)가 지켰다.

경기 시작과 함께 한국은 황의조가 날카로운 슈팅으로 이란 수비를 괴롭혔다. 한국은 적극적인 압박을 펼치며 선제골을 뽑아내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전반 11분 한국은 기회를 잡았다. 왼쪽 측면에서 연결된 황인범의 패스를 황의조가 슈팅을 연결하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삼켰고 이후 이재성이 헤딩슛을 시도했지만 상대 골문을 벗어났다. 이란도 반격에 나섰다. 전반 15분 자한바크쉬가 회심의 슈팅으로 맞불을 놨다.

한 번씩 슈팅을 주고받은 양 팀의 경기는 팽팽한 신경전으로 이어졌다. 한국이 볼 점유율을 높이고, 이란이 한 템포 늦춰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이란이 아즈문과 타레미를 앞세워 또 한 번 골을 노렸지만, 한국이 막아냈다. 위기를 넘긴 한국은 황인범의 슈팅으로 반전을 노렸다.

이후 대한민국은 손흥민을 중심으로 슈팅을 적극적으로 가져가면서 선제 득점을 노렸지만, 빈번히 이란의 수비벽에 막히면서 결실을 보지 못했다. 위기도 있었지만, 김민재를 중심으로 한 수비가 잘 막아냈고 공격적인 운영을 골문을 두드렸지만, 열리지 않았다.

경기 막판 한국은 위기를 맞았다. 아즈문의 기습적인 중거리 슛과 타레미의 오버해드킥, 자한바크시의 리바운드 슈팅까지 연달아 이어졌다. 골키퍼 김승규의 선방으로 전반은 0-0으로 마감됐다.

후반 시작과 함께 한국이 선제골을 터뜨렸다. 손흥민의 골 결정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역습 상황에서 이재성의 전진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빠른 스피드로 이란 수비라인을 무너뜨렸다.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선 가운데 침착한 오른발 마무리 슈팅으로 스코어를 1-0으로 만들었다.

선제골을 허용한 이란은 곧바로 파상공세에 나섰다. 후반 15분 아크정면에서 타레미가 2대1 패스 이후 오른발 슛을 날렸지만 골대를 빗나갔다. 후반 23분 에자톨라히의 결정적인 중거리슛은 왼쪽 골포스트를 때리고 나왔다.

벤투 감독은 후반 24분 홍철을 빼고 김진수(전북)를 투입하며 분위기 전환을 노렸지만 상대의 기세를 꺾지 못했다.

계속된 이란의 공격에 고전하던 한국은 후반 31분 결국 동점골을 내줬다. 오른쪽 측면서 올라온 크로스를 자한바크시가 강하게 헤딩슛으로 연결, 한국의 리드를 지워버렸다.

후반 중반 이후 한국 선수들의 체력저하가 눈에 띄게 드러났다. 이란은 후반 34분 아크 정면서 때린 자한바크시의 중거리슛이 골대를 강타하는 등 계속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한국은 후반 35분 이재성, 황의조를 빼고 이동경(울산), 나상호(서울)를 투입하며 기동력을 강화했다. 손흥민이 최전방으로 이동했고 나상호가 측면에 자리했다. 이런 변화와 함께 막바지에는 한국도 힘을 냈다.

한국은 종료 직전 천금 같은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때린 나상호의 오른발 슈팅이 상대 골키퍼의 슈퍼세이브에 막히면서 득점에 실패, 결국 1-1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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