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에 새로운 갑부 구단주가 등장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를 앞세워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인수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그 주인공이다. 안 그래도 전 세계 축구 시장에서 가장 판이 큰 EPL에 새로운 부자가 합류하게 되면서 부자들의 각축전이 더 뜨겁게 펼쳐질 전망이다. 리그 중위권 팀이었던 첼시와 맨체스터 시티가 ‘오일머니’를 두른 후 유럽축구 최강의 팀이 된 전례가 있는 만큼 뉴캐슬의 변화에 관심이 높아진다.
뉴캐슬은 최근 14년 동안 구단주 자리에 있었던 마이크 애슐리가 떠나고 PIF가 바통을 이어받았다고 공식화했다. PIF는 3억500만 파운드(약 4,972억원)의 매각금을 투자해 구단 지분의 80%를 확보했다.
PIF는 지금까지 EPL에서 만난 부자 구단주들과는 규모가 다르다. 맨시티의 셰이크 만수르 아랍에미리트 왕세자가 EPL에서는 가장 부자 구단주였다. 약 35조원으로 2위 첼시(약 16조원)보다 두배 이상 많은 재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뉴캐슬은 무려 3,200억 파운드, 약 520조원의 추정 자산을 보유한 구단주를 모시게 됐다.
뉴캐슬의 인수 소식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해외 축구 무대에서 자금력에 힘입어 빅클럽으로 거듭난 클럽들이 많기 때문이다. EPL에도 이미 선례가 있다. EPL 최강팀 중 하나인 첼시의 구단 역사는 러시아 석유재벌인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부임 전과 후로 나뉜다. 2003년 7월 첼시 구단을 인수한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곧바로 천문학적인 이적 자금을 풀어 아르헨 로번, 디디에 드록바, 데미안 더프, 조콜 등을 영입하며 단번에 EPL 빅4로 자리한 바 있다.
첼시는 아브라모비치가 등장하기 전 99년간 리그 1회, FA컵 3회, 리그컵 2회 우승이 고작이었던 중상위급 클럽이었다. 그러나 러시아의 오일머니가 유입되고 난 뒤 첼시와 EPL의 역사는 달라진다. 첼시는 지난 17년간 리그 5회, FA컵 5회, 리그컵 3회, 그리고 UEFA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우승컵을 각각 2차례나 안았다.
맨시티 역시 오일머니의 덕을 봤다. 맨시티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승승장구할 동안 하위권에 맴돌았다. 만수르가 2008년 9월 맨시티를 인수한 후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졌고 월드클래스 선수, 감독들이 대거 팀에 왔다. 이후 트로피 수집이 시작됐다. 2008년 이후 얻은 트로피만 16개다. 1894년 창단 후 2008년까지 메이저 트로피가 11개뿐인 것을 고려하면 얼마나 급속한 성장을 겪었는지 알 수 있다.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없다는 점이 아쉽지만, 여전히 세계 최강급 전력을 유지하고 있다.
뉴캐슬은 과거 ‘잉글랜드 전설’ 앨런 시어러의 소속팀으로 리그 중상위권을 오갔던 명문이지만 최근에는 중위권도 확실하게 보장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막강한 실탄을 보유하게 된 뉴캐슬은 당장 이번 겨울 이적시장부터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재정적 페어플레이(FFP) 규정 때문에 이적 대상에 오른 전 세계의 스타들을 당장 끌어 모으기는 어려워 보인다. 뉴캐슬 공동 소유주인 아만다 스테블리는 현지 언론을 통해 “우리는 맨시티나 PSG 같은 야망을 갖고 있으나 시간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트로피를 원한다. 그러기 위해선 투자, 시간, 인내, 팀워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