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화동인 1호 타운하우스 특별 주문 "높은 나무로 둘러싸 달라"

입력
2021.10.1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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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화동인 1호가  62억에 사들인 타운하우스
타운하우스 주변 촘촘히 나무 심어 보안 신경
7월부터  인테리어 공사로 아무도 거주 안 해
실소유주 논란에 김만배 측 "본인 거주용" 입장

"이 타운하우스에서만 키가 높은 나무를 둘러 심어 달라고 했습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 '판교산운아펠바움'을 관리하는 한 관계자는 10일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천화동인 1호 소유의 타운하우스를 지목하며 이렇게 말했다. 총 34세대로 구성된 판교산운아펠바움 중에서 유독 천화동인 1호가 소유한 타운하우스만 나무로 조경을 꾸몄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다른 타운하우스와 달리 나무에 가려 밖에서 내부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해당 타운하우스는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공급면적만 433m²(131평) 규모다. 주차공간 및 다목적실로 사용하는 지하 1층을 제외한 실생활 공간만 286m²(86평)에 이르는 최고급 주거공간이다.

타운하우스 앞마당 주변은 성인 키 높이의 나무가 촘촘하게 심어져 있다. 여기에 2~3m는 되는 소나무도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어 외부에선 타운하우스 내부 모습을 볼 수 없다. 판교산운아펠바움은 타운하우스 사이의 거리가 30m 정도로 넓은 편이고, 내부 경비 시스템도 갖추고 있어 출입구만 통제하면 보안이 완벽하다. 그런데도 '나무 가림막'을 또 설치해 보안에 각별히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해당 타운하우스는 내부 인테리어 공사 등으로 올해 7월부터 빈집이다. 천화동인 1호는 해당 타운하우스를 2019년 10월 62억 원에 사들였고, 다음해 1월 31일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다. 지난해부터 올해 7월까지 1년 6개월 동안 누가 살았는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지난 7월부터는 인테리어 공사와 조경 작업이 함께 진행되고 있어, 누군가 둥지를 틀기 위한 막바지 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례적인 조경 공사에 더해 거주자까지 알려지지 않으면서 해당 타운하우스를 두고 실소유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타운하우스에 대해 '외교관과 결혼한 모 대법관 딸이 국내에 체류할 때 제공하려고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더욱 부추겼다.

김만배씨 측은 그러나 "타운하우스는 김씨가 살기 위해 구입한 집"이라고 반박했다. 김씨 측은 "천화동인 1호가 김만배씨 소유라는 것을 다들 알고 있는데, 부정한 목적으로 타운하우스를 샀다면 제3자 이름으로 사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의혹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천화동인 1호 대표인 이한성씨도 "타운하우스는 내가 직접 계약했다"고 밝혔다.

검찰과 경찰은 타운하우스 매입 과정과 자금 출처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상무 기자
장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