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지전 밀리는 미얀마 군부… '시민 학살 주도' 경찰청장 최전방 배치

입력
2021.10.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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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2명 사망' 정부군 피해 속출 
강경파 장성 '북서부 사령관' 부임

미얀마 민주진영 무장 저항세력의 동시다발 공격에 쿠데타 정부군이 궁지에 몰리고 있다. 내부 붕괴 조짐도 이어지고 있는 군부는 강경파 지휘관과 추가 병력을 최전방 전선에 급파하는 등 전황을 다시 뒤집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나섰다. 국제사회의 외면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얀마는 시간이 흐를수록 전 국토가 전쟁의 참화 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10일 이라와디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달 7일부터 이달 6일까지 한 달 동안 시민저항군·소수민족 반군과 국지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숨진 정부군 병력은 1,562명에 이른다. 미얀마 민주진영의 중심 축인 국민통합정부(NUG) 관계자는 "지난달 사가잉주 등 지방에서는 재래식 전투, 양곤 등 대도시 지역에선 폭탄 공격을 위주로 총 953회에 걸쳐 정부군에 타격을 입혔다"며 "8월 정부군 사망자가 580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군부 측 피해가 한 달 새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군부 인사들의 이탈도 가속화하고 있다. 실제로 4일 사가잉주 등 최대 교전 지역을 관할하는 북서부 사령부의 표 딴 사령관(준장)이 시민군에 합류하기 직전 체포돼 군부에 큰 충격을 줬다. 지난달 7일 NUG의 선전포고 이후 양곤 등에서 일하던 친(親)군부 공무원 152명도 사표를 던졌다. 밤낮없이 이어지는 저항세력의 암살 시도와 협박에 '일단 목숨부터 부지하자'는 생각으로 군부를 떠나고 있는 것이다.

생각보다 격렬한 저항에 군부도 황급히 '맞불' 작전을 펼치고 있다. 우선 북서부 사령관 자리에 딴 흘라잉 현 내무부 차관 겸 경찰청장을 앉혔다. 딴 흘라잉 청장은 지난 3월 시위대에 대한 실탄 발포를 최종 승인한 인물로, 그 이후에도 반(反)군부 성향 공무원에 대한 불법 체포 작전을 강행한 바 있다. 민주진영에서 활동하다 올해 5월 반군부 시위 중 숨진 친동생(소 모에 흘라잉)과는 15년 넘게 교류조차 하지 않을 만큼, 군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부는 또, 격전지에 4개 대대 3,000여 명의 병력도 증원했다. 사가잉주 시민군 관계자는 "이미 정부군이 국경지대에 도착해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전투가 더욱 격렬해지겠지만 군부 독재하에 사느니 싸우다 죽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궤주 시민군 역시 최근 정부군의 헬리콥터와 중화기가 교전 지역에 집중 배치되는 상황을 고려, 전투 전략을 수정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군부의 만행은 갈수록 악랄해지고 있다. 지난 7일 정부군은 마궤주의 밀림에 숨은 시민군을 토벌하기 위해 민간인 15명을 인간 방패로 삼고 전진했다. 시민군이 주로 정부군 동선에 지뢰를 설치한다는 사실에 착안, 군 병력 피해를 줄이겠다는 생각으로 무고한 시민들의 목숨을 이용한 것이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전날까지 군부에 맞서다 사망한 시민은 1,161명에 달한다. AAPP 측은 "오지에 피신한 시민들의 인명 피해까지 확인되면, 사망자 수는 훨씬 더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