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이재명 후보의 과반 득표로 끝난 대선후보 경선 결과와 관련해 이의를 제기했다. 집권여당의 대선주자가 사실상 '불복 선언'을 밝힌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와 당 대표를 역임한 이 전 대표로서는 "내홍을 자초하는 것이냐"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이 전 대표 대선캠프는 이날 당 경선 결과가 발표된 직후 "당 대선후보 경선 무효표 처리에 대한 이의 제기를 당 선관위에 공식 제출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누적 득표율 50.29%로 과반 득표에 턱걸이하면서 결선투표가 무산되자, 중도하차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김두관 의원의 득표를 당 선관위가 무효화하지 않았다면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갈 수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전 대표의 전격적인 불복 선언은 이날 발표된 국민과 일반당원으로 구성된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압승을 거둔 것과 맞닿아 있다. 이 전 대표는 일반 국민들의 견해가 다수 반영된 3차 선거인단 투표(24만8,880명 투표)에서 15만5,220표(62.37%)를 얻었다. 당내 '이재명 대세론'에도 불구하고 7만441표(28.30%)를 얻는 데 그친 이 후보를 두 배 이상의 표 차로 앞섰다. 이 후보를 둘러싼 대장동 의혹이 본격화하면서 3차 선거인단 투표율이 81.39%로 급상승한 것도 배경이 됐다.
이 전 대표 측은 중도 표심에 가까운 일반 당원과 일반 국민들이 대장동 의혹에 휘말린 이 후보에 대해 '부적격 판단'을 내린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3차 선거인단의 투표율이 급등한 것도 이 후보의 본선 직행을 저지하려는 민심과 당심이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 대장동 의혹이 대선 정국을 집어삼키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결선투표(14, 15일 투표)까지 승부를 끌고 간다면, 민주당 대선후보는 누가 될지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는 기대가 강하게 반영된 것이다.
이 전 대표 측의 입장은 경선 결과 발표 2시간 20여 분 만에 나올 만큼 전격적이었고 예상 밖이었다. 당초 당 안팎에서는 이 전 대표가 형식적인 승복 선언을 한 뒤 대장동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추이를 관망하면서 대응 수위를 달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다수였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최종 투표 결과를 발표하는 동안에도 눈을 내내 감고 있었고, 발표 직후 이 후보와 악수와 포옹을 나눴지만 의례적인 축하 인사를 건네지는 않았다. 경선 결과 승복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도 "제 마음은 정리되는 대로 말씀 드리겠다"며 '승복'을 언급하지 않았다. 경선 불복을 은연중에 예고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 전 대표의 선택은 배수의 진이자 극약 처방이라는 점에서 부메랑으로 작용할 수 가능성이 크다. 이 후보는 물론 당 지도부와 갈등이 불가피해졌고,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모습은 명분 싸움에서도 불리하기 때문이다. 이의 제기의 결과와 상관없이 민주당이 대선 본선에서 패한다면 화살은 이 전 대표에게 향할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차차기 대선 도전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현 상황에서는 당 선관위가 기존 판단을 뒤집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이 전 대표 측은 의원총회 소집 등 추가 행동을 예고하고 있다. 이 전 대표 대선캠프에 소속된 한 의원은 "아직 법적 대응까지는 선택지는 아니지만 이 전 대표 지지층이 그렇게 나올 수도 있지 않느냐"고 여지를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