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국민 우편투표, 내년 대선서는 어려울 듯...왜 쟁점됐나

입력
2021.10.08 22:32
양당 속내는 선거 유불리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내년 3월 대선에서 재외국민을 위한 우편투표 도입이 어렵다는 견해를 8일 내놨다.

김세환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대선에서 재외국민 우편투표가 가능하냐”는 이영 국민의힘 의원 질문에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어렵다는 의견”이라고 답했다. 다만 “논의는 계속해서 진행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의원은 질의에 앞서 5~7월 28개국 56명에게 모의 우편투표를 실시한 결과를 공개했다. 중앙선관위 또는 재외공관에서 발송한 표 56개 중 한국에 돌아온 표는 절반 미만인 24개에 그쳤다는 내용이다. 이 의원은 이 결과를 근거로 재외국민 우편투표는 안정성이 떨어져 내년 대선 도입은 어렵다는 주장을 폈고, 김 사무총장은 반박하지 않았다.

우편투표 왜 쟁점됐나

재외국민 우편투표는 전 세계 91개 공관(지난해 4월 총선 기준)에서 현장 투표만 할 수 있는 현 제도를 바꿔 재외국민들이 우편으로도 투표를 할 수 있게 허용하는 제도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적극 찬성 입장이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7일 “재외선거 우편투표제 도입법안을 9월 안에 처리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9월 처리는 무산됐지만 그 뒤로도 민주당 의원들은 관련 법 개정안을 내고 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소속인 서영교 행안위원장은 ”(아프리카) 가나에 있는 사람은 공관이 없어서 토고에서 투표를 해야 한다”며 “재외국민의 참정권 투표율 제고를 위해 여야가 정치적으로 가릴 것 없이 함께 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좀 더 신중한 모습이다. 대리투표나 허위 신고, 배달 지연, 분실과 같이 우편투표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할 여건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기술 이유로 찬반 주장하지만 속내는 선거 유불리

이처럼 양당은 표면적으로는 기술적 성숙도를 도입 찬반 근거로 제시한다. 하지만 기저에는 선거 유불리에 대한 고려가 깔려 있다는 평가가 많다. 재외국민들이 대체로 민주당에 좀 더 우호적이기 때문에 민주당은 우편투표 도입으로 투표율을 끌어올리고 싶어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좀 더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재외국민들은 앞선 대선에서 민주당에 표를 몰아주는 경향이 강했다. 2017년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전체 득표율은 41.1%였지만, 재외 득표율은 59.1%에 달했다.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는 재외득표율이 7.8%에 그쳐 전체 득표율(24.0%)보다 훨씬 낮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12년 18대 대선에서도 문 대통령은 재외국민 투표에서 박 전 대통령을 56.7% 대 42.8%로 앞섰다.

이성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