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올해 4분기(10~12월) 전기요금 단가를 지난 분기에 비해 ㎾h당 3원 올렸습니다. 월 평균 350㎾h를 사용하는 4인 가구의 경우 지난 분기에 비해 전기요금이 월 1,050원 정도 상승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기요금 인상을 두고 일부에서는 '탈(脫)원전' 정책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달 "정부·여당이 어떤 말로 둘러대도 국민께서는 전기요금 인상은 문재인 정권의 잘못된 탈원전 정책의 청구서라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기요금 인상 정말 탈원전 때문일까요?
전기요금 인상의 원인을 밝히기 전에 먼저 점검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정말 전기요금이 올랐는가'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3분기(7~9월)에 비해 인상된 것은 맞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내렸던 전기요금을 지난해 수준으로 회복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한국전력은 올해 1분기부터 전기요금에 '연료비 연동제'를 적용합니다. 연료비, 즉 석탄·석유 단가가 오르면 전기요금을 올리고, 석탄·석유 단가가 내리면 전기요금도 내리겠다는 겁니다.
8일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전력 등에서 확보한 자료 등에 따르면, 연료비 연동제를 처음 도입하면서 전기요금은 ㎾h당 3원 내렸습니다. 그사이 연료비가 올라 2분기부터는 전기요금을 올려야 했었는데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국민 고충 등을 이유로 3분기까지 요금을 동결했습니다.
즉 1·2·3분기 전기요금은 지난해에 비해 ㎾h당 3원 내린 채 유지됐던 겁니다. 그 결과 주택용은 가구당 총 6,570원 정도의 요금 할인을 받았던 것으로 추산됩니다.
그러다 이번 4분기 때 ㎾h당 3원 전기요금이 오릅니다. 깎았던 만큼 올렸으니 지난해와 같은 가격으로 돌아온 셈이죠. 이소영 의원은 "가구당 월 648원의 할인 효과가 원상 회복되는 영향은 있지만 소비자 부담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4분기 상승분을 적용하더라도 올해 전체 전기요금은 지난해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연료비 연동제를 있는 그대로 적용하면 3분기에 비해 ㎾h당 13.8원 올렸어야 했습니다. 연료비 조정단가가 ㎾h당 10.8원으로 산정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소비자 보호장치인 '분기별 조정폭 제한'이 적용돼 ㎾h당 3원만 오른 것이라고 합니다. 분기별 조정폭은 ㎾h당 1~3원으로 제한합니다.
석탄·석유 단가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이니 탈원전 정책의 영향으로 전기요금이 올랐다는 것도 틀린 말입니다. 사실 '탈원전 정책'이라는 말부터 어폐가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줄어들긴 했으나 원전 이용률은 2017년부터 4년 동안 70% 안팎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원전 설비와 발전량은 같은 기간 모두 증가합니다.
전기요금 논란에 대해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전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사실이 아닌 걸 두고 공방하고 있다. 허무한 논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전기요금이 오른 것도 아니고 탈핵도 아닌데 두 가지를 엮어서 "프레임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 이 연구위원의 설명인데요.
전기요금 자체가 오르지 않았는데 요금 인상을 기정사실화한 채 한쪽에서는 '원자력 때문이다', 다른 한쪽에서는 '원자력 때문이 아니다'라며 사실과 관계없는 프레임 논쟁만 벌이고 있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