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독일 총선에서 아슬아슬하게 1위를 차지한 사민당이(SPD) 녹색당, 자민당(FDP)과 함께 ‘신호등 연정(사민당-빨강ㆍ자민당-노랑ㆍ녹색당-초록)’ 구성을 위한 협상을 개시했다. 연정이 성사된다면 사민당의 대표 올라프 숄츠가 앙겔라 메르켈의 뒤를 이어 독일 총리 자리에 오르게 된다.
7일(현지시간) 독일 DPA 통신은 사민당, 녹색당, 자민당 관계자들이 이날 오전 베를린에서 만나 연정을 위한 첫 협상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전날 녹색당이 사민당과의 연정 협상 개시를 제의했고, 자민당이 이에 동의한 데 따른 것이다.
협상 쟁점은 세 정당 간의 정책적 지향 차이다. 먼저 녹색당이 레드라인으로 제시한 기후변화 대책에 대해선 모든 정당이 동의하고 있다. 로베르트 하벡 녹색당 공동대표는 이날 ZDF 방송에서 “이번 정부가 파리기후협약을 이행하는 길로 독일을 이끌지 못한다면 역사적 책무를 그르치게 된다”면서 “그런 연정에는 참여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세 정당 모두 독일이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는 사실에 동의하고 있는데, 달성 방법에 대해선 의견 차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되는 건 최저임금과 세금 문제다. 사민당과 녹색당은 고소득자에 대한 세율 인상과 부유세 재도입을 원하지만, 기업 친화적인 자민당은 세율 인하를 주장해왔다. 숄츠 대표의 숙원인 최저임금 인상도 협상의 걸림돌이다. 숄츠는 최저임금을 9.5유로(1만3,000원)에서 12유로(1만6,500원)로 인상하길 원하는데, 녹색당은 동의하지만 자민당은 이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경제에 대한 규제나 개입을 반대하기 때문이다.
이날 사민당 주도의 협상이 개시되면서 메르켈 총리가 소속된 기민·기사 연합(CDU·CSU)은 일단 연정 구성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아직 정권 교체를 단언할 순 없다. 지난달 총선에서 사민당은 25.7%, 기민·기사 연합은 24.1%를 득표했다. 사민당과의 협상이 틀어진다면, 녹색당과 자민당이 기민·기사 연합과 손을 잡는 자메이카 연정 자메이카(기민당-검정ㆍ자민당-노랑ㆍ녹색당-초록)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