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마이너스 금리’로 외국환평형기금 채권(외평채) 발행에 성공했다. 한국의 경제 상황, 대외 신인도를 고려해 산정하는 가산금리도 지난해보다 최대 25bp(1bp=0.01%포인트) 낮추며 역대 최저 수준을 다시 썼다.
기획재정부는 약 13억 달러 규모의 외평채 발행에 성공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에 발행한 외평채는 10년 만기 달러화 표시 채권 5억 달러, 5년 만기 유로화 표시 채권 7억 유로다.
달러화 채권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에다 가산금리 25bp를 더한 1.769%에 발행됐다. 유로채 발행 금리는 ‘유로 미드 스왑 5년물’ 금리에다 13bp를 더한 -0.053%이다.
지난해 9월에는 10년 만기 달러화 채권 6억2,500만 달러어치를 1.198%에, 5년 만기 유로화 채권 7억 유로를 -0.059%에 발행한 바 있다. 발행금리는 지난해보다 다소 높아져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인데, 이는 시장 금리 상승 영향이다.
발행자인 한국 정부의 신용도를 고려해 추가 지급하는 가산금리는 지난해보다 더 낮은 역대 최저 수준을 다시 썼다. 달러화 외평채는 지난해 가산금리가 50bp였는데 올해는 절반 수준인 25bp로 낮아졌다. 유로화 외평채 가산금리도 마찬가지로 35bp에서 13bp로 축소됐다.
특히 유로화 채권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 연속 마이너스 금리 발행에 성공했다. 이에 정부는 채권에 표시된 액면가액(7억 유로)보다 많은 7억190만 유로를 조달했고, 만기에는 별도의 이자 없이 7억 유로만 상환하면 된다.
특히 유로화 외평채는 아시아 정부 최초로 ‘유로화 녹색채권’으로 발행됐다. 녹색채권은 발행 자금을 활용해 신재생 에너지 등 녹색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채권이다. 그동안 유로화 외평채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에 상장됐는데, 이번에는 한국 국채로는 처음으로 런던증권거래소(LSE)에 상장되기도 한다.
기재부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비대면 콘퍼런스콜’ 형식으로 투자 설명회를 진행했지만 50여 개 해외 투자기관이 참여하는 등 투자자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윤태식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 참석차 방문한 프랑스 파리에서 유럽 주요 자산운용사를 만나 외평채 발행을 설명하기도 했다.
외평채 발행은 해외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외환보유액을 확충하는 것 외에 해외에서 한국 경제의 현주소를 확인하는 역할을 한다. 정부가 발행한 외평채 금리는 기업이나 금융기관이 해외 채권을 발행할 때 참고사항이 되기도 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금융위기 직후 우리 외평채 가산금리가 10년물 기준 437bp였다는 점을 회고하면, 한국 경제 신인도가 그동안 얼마나 변화했는지 실감한다”며 “한국 경제에 대한 국제금융시장의 객관적 평가가 반영된 결과이자 ‘안전자산’으로서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