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금융위원장이 6일 올해 가계부채 증가세를 이끌고 있는 전세대출, 집단대출 규제를 강화할 뜻을 밝혔다. 전세대출, 집단대출 한도를 줄이면 실수요자 타격이 불가피하나 가계부채 관리가 더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고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 연간 목표치인 6%대를 달성하려면 전세대출을 조이고 집단대출도 막아야 하느냐'고 질의하자 "예"라고 답했다.
고 위원장은 이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가계부채는 지금 대부분 실수요자 대출에서 늘어나고 있다"며 "실수요자 대출도 가능한 한 상환 능력 범위 내에서 종합적으로 관리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 위원장 발언은 이달 중순 내놓을 가계부채 추가대책에 실수요자 대출인 전세대출, 집단대출 규제도 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기준 8월 말 전세대출 잔액은 119조9,670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4%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 폭이 가파르다.
금융권은 이미 연간 가계대출 관리 목표치에 근접한 은행 중심으로 전세대출, 집단대출 한도를 조이고 있는 상황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전세대출 한도를 '전셋값(임차보증금) 증액 범위 내'로 변경했다. 전세 보증금이 4억 원에서 6억 원으로 오른 경우, 전세대출은 보증금 상승분인 2억 원 이내로 빌려주는 식이다.
금융권은 KB국민은행처럼 전세대출, 집단대출 차주가 필요한 자금만큼만 돈을 빌리는 방식으로 가계부채 추가대책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전세대출, 잔금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실수요자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크다. 이날 금융위 국감에서도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은 올해 중도금 대출 만기가 도래하는 5만여 가구가 가계부채 대책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참모회의에서 "전세대출 등 실수요자는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가계부채 정책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관련 부처에 지시를 내렸다.
고 위원장은 또 보금자리론, 디딤돌대출 등 정책모기지 상품의 중도상환 수수료에 대해 "현행 최대 1.2%인 수수료율을 절반인 0.6%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중은행 대출 상품의 중도상환 수수료에 대해선 "대출금리 인상 등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아울러 고 위원장은 "가상화폐 상장과 상장폐지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업비트 등 일부 가상화폐 거래소가 가상화폐를 상장, 상장폐지하는 과정에서 수수료를 얻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대응 방안을 살펴보겠다는 의미다. 고 위원장은 또 최근 수출입은행에서 금융공공기관 처음으로 노조 추천 이사가 선임된 것을 두고는 "노조 추천 이사제는 국정과제로 범정부 차원에서 도입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