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물가 2.6% 뛰어 9년여 만에 '최고'… 4분기엔 더 오른다

입력
2021.10.0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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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소비자물가 2.5% 상승… 공급망 차질 장기화 영향
물가 상승 요인 4분기엔 더 많아

정부가 ‘2분기 일시적’일 것이라 예측했던 2%대 고물가가 6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물가상승을 주도했던 농축수산물 가격이 여전히 불안한 데다 전세와 월세 등 주거비도 큰 폭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장기화된 글로벌 공급망 차질 문제는 물가 상황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여기다 중국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더 오르는 ‘그린플레이션’(Green+Inflation)까지 예상되면서 올해 4분기에는 물가상승률이 3%대에 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9월 물가 2.5% 상승… 6개월째 2%대 고물가

6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5% 오른 108.83(2015년=100)을 기록했다. 3분기(7∼9월) 물가 상승률은 2.6%로 9년여 만에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물가상승률이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 수준인 2% 이상을 유지한 것은 4월(2.3%) 이후 6개월째다. 이는 2009년 8월~2012년 6월(35개월) 이후 가장 오랜 기간 상승세다.

그동안 물가상승을 주도해 왔던 농축수산물(3.7%), 석유류(22.0%)가 크게 올랐다. 여기다 개인서비스 물가도 전년 대비 2.7% 상승했고, 전세(2.4%), 월세(0.9%) 가격도 크게 뛰었다. 농축수산물과 석유류의 물가 상승 기여도를 더하면 1.17%포인트로 전체 물가 상승률의 47.2%를 차지한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도 2016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1.9%까지 올랐다. 계절적 요인, 일시적 공급 충격을 고려해도 이미 물가 상승세가 고착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반기 안정' 장담했던 물가… 공급망 차질에 발목

정부는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하반기면 안정을 찾고 연간 물가 상승률은 2%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 장담해 왔다. 지난해 2분기 극단적인 저물가를 기록한 뒤 하반기에는 다소 오르는 모양새였고, 올해 물가 상승을 이끌었던 유가나 농산물 등 변동성 큰 품목이 하반기에는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와 통계청의 예상은 크게 빗나가고 있다. 우선 반도체를 비롯해 △금속 △에너지 △목재 등 다양한 품목에서 벌어진 전 세계의 공급망 차질이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당장 국제유가만 해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5일(현지시간) 78.93달러까지 오르며 2014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생산도 경기 회복 과정에서 커진 각국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여기다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는 중국의 에너지 전환, 이에 따른 전력난도 글로벌 공급망 차질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공급망 차질 따른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CNBC에 출연해 “공급망 병목 현상이 심화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고 있다”며 “일시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몇 달 내에 사라질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고 밝혔다.

전기료 인상 4분기… 3%대 기록하나

4분기 물가 상승세는 더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9월 물가지수가 106.20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뒤 4분기에는 하락세를 보인 탓에 기저효과가 더 크게 작용할 수 있어서다.

당장 10월 물가지수가 9월과 동일한 108.83만 기록해도 물가상승률은 3%대로 올라선다. 최근 계속되는 유가 상승세, 4분기 적용되는 전기요금 인상, 이로 인해 파생되는 각종 상품 가격 상승 등 물가 상승을 더 부추길 요인이 많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농축수산물 오름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소비심리 회복으로 인한 개인서비스 가격 오름세 △국제유가·환율 상승 △우윳값 상승 △전기료 인상 등 물가를 밀어 올릴 요인이 많다”며 “물가안정목표인 2%를 넘었다는 것은 (정부로서도) 고민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종 =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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