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끝났나?... 삼천피 반납한 코스피 "호재가 없다"

입력
2021.10.05 18:10
1면
코스피 6개월 만에 3000선 붕괴
인플레, 美 부채 협상 난항 등 악재에 급락
中 전력난에 3분기 실적도 우려 "상승 동력 약해"


코스피가 동시다발적인 대외발(發) 악재들에 무너지면서 5일 3,000선을 내줬다. 코스피가 3,000선 밑으로 주저앉은 건 지난 3월 말 이후 6개월여 만이다.

전 세계적인 공급난과 원자재 가격을 중심으로 한 인플레이션 우려 등이 심상치 않은데다, 난항 중인 미국 부채한도 협상 등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글로벌 금융시장을 덮친 결과다. 우리 증시가 뚜렷한 상승 동력 없이 만만치 않은 대외 악재에 둘러싸여 있어,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외국인 패닉셀에 삼천피 붕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89% 내린 2,962.17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코스피가 3,000선을 밑돈 건 지난 3월 24일(2,996.35) 이후 약 6개월 만으로, 지난 7월 6일 연고점(3,305.21)보다 10% 넘게 주가가 빠졌다. 코스닥은 2.83% 급락하며 955.37에 마감했다.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3,000선이 뚫리자 외국인이 나홀로 6,200억 원어치를 던지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개인이 3,540억 원어치를 쓸어모은 가운데, 기관이 5거래일 만에 순매수로 전환해 2,360억 원어치를 사들였지만 지수 방어엔 실패했다.

삼성전자(-1.37%)와 SK하이닉스(-2.1%), 네이버(-3.01%) 등 시가총액 상위 10위 종목이 일제히 하락(현대차만 보합)하며 코스피 급락을 주도했다. 외국인 자금을 중심으로 주식시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면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188.9원까지 올랐다가 보합(1,188.7원)으로 마감했다.



뉴욕 증시 급락에 亞 증시 또 휘청

간밤 나스닥(-2.14%)을 중심으로 뉴욕증시가 맥을 못 춘 결과가 코스피 등 아시아 증시에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중국 증시가 휴장한 가운데,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2.19% 내리면서 7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국제유가를 비롯한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에 국채 10년물 금리가 재차 1.5% 근접한 수준으로 상승하면서,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급락세를 연출했다.

이날 국제유가는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OPEC+)가 당초 계획대로 일평균 40만 배럴을 증산하는 데 합의하면서 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내내 투자자들의 안식처 역할을 해 온 기술주들이 국제유가 상승과 금리 상승, 긴축 이슈 등에 타격을 입고 있다"고 진단했다.

"3분기 실적 우려에 자신감도 떨어져"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추세를 바꿀 만한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한 채 3,000선 전후에서 박스권을 전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의 전력난에 따른 경기 둔화 가능성과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 지연 등 각종 악재가 쌓여 있는 탓에 이렇다 할 호재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의 전력 이슈와 더불어 이달 중 발표될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2분기보다 좋지 않을 것으로 보여 이달 상승 동력은 약한 상황"이라면서 "다만 연말로 갈수록 리오프닝(경제 재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4분기 3,300선까지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키움증권은 코스피가 10월 중 2,930선까지 밀릴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악재들은 헝다 사태를 제외하면 연초 이후 수차례 경험해 온 악재지만, 그럼에도 실적 전망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면서 더 취약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지만 악재의 지속성은 길지 않을 것으로 보여 3,000선 이하에서 분할 매수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조아름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