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보고 받았으면 배임? "알고도 특혜 줬다는 정황 나와야"

입력
2021.10.06 12:00
검찰, '대장동 사건 키맨' 유동규 집중 조사
배임 행위에 성남시 윗선 관여 여부 주목
李에 보고 가능성 높지만 의도성 입증돼야
李 "민간 초과수익, 예상 못한 집값 급등 탓"

검찰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인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기획본부장 유동규씨를 구속한 가운데, 개발사업을 승인한 성남시와 이재명 경기지사(당시 성남시장) 등 윗선의 사법처리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사업 수익을 배분하면서 의도적으로 민간에 고수익을 몰아줬다는 게 유씨가 받고 있는 혐의의 핵심. 결국 성남시 측과 이 지사가 ‘유씨 등의 이 같은 수익 배분을 지시 또는 승인했는지’가 향후 수사의 포인트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3일 구속한 유씨에 대한 조사를 이날 진행했다. 화천대유의 대주주인 김만배씨로부터 받았다는 5억원 의혹의 진위, 개발사업 수익구조를 설계하면서 '민간에 수익이 지나치다'는 성남도시공사 내부의 반대를 묵살했던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유씨를 상대로 성남시 등 윗선의 관여 의혹과 관련한 단서를 포착했는지에 관심이 크다. 민간 사업자인 화천대유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대장동 개발이익을 독식하면서 성남시에게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끼쳤다는 점에서, 과연 사업 승인 권한을 가진 성남시가 이를 예상하지 못했겠느냐는 의심이 강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 성남시장이 현재 유력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라는 점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 지사의 법적 흠결이 발견된다면 이 지사에게는 심각한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법조계에선 그러나 사법처리 가능성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대장동 사업이 당시 성남시의 핵심 사업이었던 만큼 시는 물론 이 지사에게 수시로 사업내용이 보고됐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성남시 조례나 성남도시공사 정관에도 사업과 관련한 주요 내용들은 사전에 시장에게 보고하도록 돼있다. 형식적으론 유씨가 받고 있는 배임 혐의의 공범으로서 수사 받을 가능성은 있는 것이다.

하지만 보고를 받아 사업 내용을 알고 있었다는 정도로는 배임죄 처벌이 어렵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특히 이 지사의 경우 사업의 최종 승인권자이기는 했지만, 당시 사업 승인을 정책 결정 사안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는 점에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이 지사 역시 "민간에서 과도한 배당금을 챙긴 건 예상치 못한 집값 폭등 때문"이라며 '고의성'을 부인하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검찰이 성남시와 이 지사가 손해를 충분히 예상하면서도 화천대유에 의도적으로 이익을 취하게 했다는 정황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따라 혐의 유무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배임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검찰 관계자는 "성남시와 이 지사가 사업 내용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는지를 파악하는데 수사력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유씨를 불러 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대장동 사업의 타당성 검토 업무를 담당한 성남도시공사 개발사업2처 한모 팀장 역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검찰은 한 팀장을 상대로 사업 설계 과정에 있어 '윗선'의 부당한 지시나 개입이 있었는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준기 기자
최나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