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배임 규모가 수천억 원에 달한다고 구속영장에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와 시민에게 돌아가야 할 개발이익을 민간 사업자인 화천대유에 몰아주도록 사업을 설계해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는 판단에 따라 관련 수사도 급물살을 타게 됐다.
검찰은 당초 유 전 본부장이 공사 측 배당금을 1,822억 원으로 제한하고 초과수익 환수 조항을 삭제함으로써 예상을 넘은 막대한 수익이 화천대유로 넘어가도록 사업을 설계했다고 보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의 구속영장에는 “(비정상적 설계로)도시개발 사업의 공정성에 관한 일반 신뢰가 훼손됐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화천대유에 특혜를 제공하는 대가로 개발이익의 25%인 700억 원을 약정하고 실제 올해 1월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로부터 5억 원을 받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유 전 본부장의 위상이나 이재명 경기지사와의 관계를 감안하면 유 전 본부장 개인의 불법 행위로 치부하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성남시가 100% 출자한 산하기관이며, 유 전 본부장은 2010년 이 지사의 성남시장 선거를 도운 뒤 성남시설관리공단ㆍ도시개발공사 임원과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발탁됐다. 이 지사가 “대장동 사업의 밑그림을 그리고 직접 설계했다”고 공언했던 점까지 감안하면 이 지사를 비롯한 성남시 윗선의 개입 여부를 검찰 수사에서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이 지사는 유 전 본부장의 구속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대장동 개발은) 사과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대장동을 민관 공동개발로 전환해서 5,500억 원을 환수했다는 기존의 주장을 거듭한 것이지만, 대장동 특혜 개발로 공사 측이 수천억 원의 손해를 봤다는 검찰 주장과는 배치된다. 이 지사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을 국민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검찰 수사로 불법행위 여부가 가려지기 전에 유 전 본부장과의 관계 및 사업 추진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는 것이 유력 대선 주자의 책임 있는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