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인상=탈원전 청구서' 논리에… 문승욱 장관 "탈원전과 무관"

입력
2021.10.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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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등 연료비 인상에 따른 조정"
"전기공급 비용 요인 요금에 반영해야"

"탈원전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상향 조정된 4분기(10~12월) 전기요금이 ‘탈원전 청구서’가 아니냐는 주장에 대한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입장은 분명했다. 전기요금은 국제 유가에 의해 조정된다는 게 문 장관의 일관된 설명이었다.

문 장관은 5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 4분기 전기요금 결정의 배경을 묻는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오전 질의에 이같이 강조했다. 문 장관은 “국제 유가가 많이 오르고 있어 연료비 연동제에 따라 4분기에 요금 인상 요인이 생긴 것”이라며 “원전은 과거나 지금이나 같은 가동률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한국전력은 지난달 23일 4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기존 킬로와트시(㎾h)당 -3원에서 3원 올린 0원으로 조정했다. 2013년 11월 이후 약 8년 만에 전기 요금이 오른 원인에 대해 정부와 한전은 발전 연료비 상승에 따른 인상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야당을 중심으로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 정책에 따른 전력 생산량 부족이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진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이를 두고 신 의원은 “정치적 논리에 휘둘리지 말고 연료비 연동제를 통해 수요와 공급이 적절히 반영되는 전기요금 체계를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하자 문 장관은 “전기 공급에 들어가는 여러 비용 요인을 전기요금에 적절히 반영하는 것이 장기적인 전력산업 발전에 도움이 된다”며 상승하고 있는 연료비를 향후 전기요금에 추가적으로 반영할 뜻도 내비쳤다.

야당은 오후 질의에서 ‘탈원전 공세’를 본격화했다.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한전과 6개 발전 자회사의 부채가 2020년 130조 원 수준에서 2025년 165조 원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란 자체 전망이 나왔다고 설명하면서 “한전 등 주요 에너지 공기업 부채가 갈수록 늘고 있고, 향후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 의원은 또 “노량진 수산시장에서도 산지 생산량에 따라 오르고 내린다”며 전기요금을 오징어 가격에 빗대면서 탈원전 정책에 따른 완급조절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문 장관은 원전 생태계는 유지하면서 신재생 에너지 확충을 위한 투자도 늘리겠다고 답했다. 문 장관은 “신재생 에너지 확충을 위한 투자는 모든 나라가 하고 있고, 우리도 절대 게을리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기존 원전은 향후 60년 동안 유지해 급속한 에너지정책 전환은 아니라고 말씀 드리겠다”고 했다.

반대로 여당 의원들은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조기달성, 석탄 화력발전소 조기 폐기 등 에너지 전환 속도전을 요구하기도 했다. 문 장관은 2050년 이전에 석탄 화력발전소를 조기 폐기해야 한다는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적에 대해선 “현시점에서는 어렵다”면서도 “에너지전환지원법 등 법적 환경이 마련되면 검토해볼 수는 있다”고 전했다.

김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