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례사업 때 유동규에 '3억 제공' 사업자는 '대장동 원년 멤버'

입력
2021.10.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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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욱·정영학과도 인연 깊은 골프 실력자
유동규, 첫 작품 위례신도시 사업 영향력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유동규(52)씨가 2013년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유씨의 구속영장에는 대장동 사업 시행사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로부터 5억 원을 받은 혐의뿐 아니라,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자 정모(52)씨로부터 3억 원을 챙긴 혐의도 적용됐다.

위례신도시 사업도 대장동처럼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주축이 된 민관합동 개발 방식이었다. 사업을 시행할 특수목적법인인 '푸른위례프로젝트', 자산관리사는 '위례자산관리'였다. '성남의뜰' 아래 '화천대유'가 포진한 대장동 사업 구조와 판박이다.

위례신도시 사업은 2014년 1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공식 출범한 뒤 진행한 첫 개발 사업이기도 했다. 성남도시공사의 전신은 성남시설관리공단으로, 유씨는 이재명 시장 취임 직후인 2010년 10월 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으로 입사했다.

성남시 시설물을 위탁 관리했던 공단은 도시 개발 업무와는 큰 연관이 없었다. 그러나 시설관리공단이 2011년 말 기술지원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건축 인력 채용에 나서기 시작했다. 당시 공단 안팎에선 "기술지원 TF팀은 나중에 도시개발공사를 만들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뒷말이 무성했다.

실제로 2011년 12월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회의에서 당시 새누리당 이영희 시의원은 "기존에 없던 기술지원 TF가 급조돼 건설사 출신들이 채용된 것에 대해 공단 직원들조차 '도시개발공사 때문에 채용한 인원들'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남도시공사 사정에 밝은 인사들은 기술지원 TF팀 출범을 주도한 인물이 유씨라고 입을 모은다. 공사 관계자는 "도시개발공사 설립 작업을 유씨가 진두지휘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위례신도시 사업에서도 유씨의 영향력이 컸을 것"이라고 전했다.

위례신도시 사업도 대장동과 마찬가지로 공고 마감 하루 만에 사업자가 선정됐고 유씨에게 금품을 건넨 것으로 지목된 정씨의 아내 김모(50)씨가 위례신도시 사업 당시 '위례자산관리'를 비롯해 관계사인 '위례투자 1호' '2호'의 이사로 등재된 점도 의혹을 키우고 있다.

정씨는 30대 초반부터 부동산 개발사업에 뛰어들어 업계에선 '마당발'로 통한다. 그는 천화동인 4호와 5호 소유주인 남욱(48) 변호사, 정영학(53) 회계사와도 인연이 깊은 '대장동 원년 멤버'로 분류된다. 정씨는 2011년 남 변호사가 설립한 부동산 개발회사 '판교프로젝트금융투자' 지분을 갖고 있던 '판교AMC'와 '도시개발디앤피'의 공동대표를 맡았다.

현재 경기 소재 부동산 개발업체 대표인 정씨는 특출난 골프 실력으로도 유명하다. 2015년부터 아마추어 클럽대회에서 5연패를 달성해 일간지에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기사에선 "위례신도시 등 각종 투자 사업을 하고 있다"고 정씨를 소개했다.

앞으로 검찰 수사를 통해 정씨와 유씨의 유착 관계, 위례신도시 사업으로 발생한 수익 가운데 정씨 아내 몫으로 책정된 배당금 규모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유동규씨가 대장동 사업 이전인 위례신도시 사업 때부터 비리가 있었다면 성남시가 사람 관리를 잘못한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윤태석 기자
박준규 견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