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화동인 6호 조현성 "남욱이 전화해 솔직히 다 얘기하라고 했다"

입력
2021.10.0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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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화동인 6호 조현성 변호사 인터뷰>
화천대유 초기 자본 유치 때 중책
남욱 수감 뒤 킨앤파트너스와 협상
"배당 282억 차명 아니고 정당한 몫"
"유동규 처음 들어… 김만배 연락 안해"
"남욱, 한국 와서 후련하게 얘기했으면"


“배당 수익 282억 원은 화천대유 초기 자본 유치 성공 대가로 받은 정당한 보상입니다."

3일 제주에서 만난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6호 소유주 조현성(44) 변호사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조 변호사는 서울 성동구 사무실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직후 잠시 제주로 내려왔다가 4일 서울로 돌아왔다.

조 변호사는 화천대유 주주로 참여해 거액의 배당 수익을 받은 것은 남욱(48) 변호사나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의 인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투자자문사 킨앤파트너스로부터 사업 초기 자금을 끌어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조 변호사는 배당 수익 일부가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지낸 유동규씨나 정치권·법조계 인사들에게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한 노력의 대가이기 때문에 배당 수익 282억 원은 다른 사람 몫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최근 언론 보도가 나올 때까지 유동규라는 사람의 이름은 들어 본 적도 없었다"며 "김만배 정영학 정민용 등 화천대유 대주주나 관계자들과는 2015년 이후 연락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변호사는 다만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키맨’으로 지목된 남욱 변호사와의 인연은 부인하지 않았다. 조 변호사는 “남욱 형은 이번 사건으로 미국에 출국한 게 아니라 3년 전부터 가족들과 미국에 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화천대유 의혹이 터지자 미국에서 형이 연락해 ‘이런 일이 생겼으니 솔직하게 편안히 다 얘기해라’라는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다음은 조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당신이 소유주인 천화동인 6호에서 거둬들인 282억 원의 배당 수익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갔다는 이야기가 있다.

유동규라는 이름은 기사를 보고 처음 알았다. 화천대유 관련 업무는 대장동 개발사업 초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구성하기 위한 초기 비용 마련 목적으로 2015년 사업 부지를 담보로 킨앤파트너스에 연이자율 6.9~13.2%에 291억 원을 빌린 게 전부다. 이후에 이자율 인상 및 차입금 증액 등의 업무는 남 변호사가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불거진 의혹들에 대해선 전혀 아는 바가 없다.

천화동인 6호의 자금 흐름에 대해서도 결국 돈이 어디로 갔느냐가 중요하지 않겠냐. 검찰이 최근 회계 자료를 전부 가져간 만큼 투명하게 처리했다고 검찰에서 소명할 예정이다.”

-천화동인 6호 소유주로서 화천대유 지분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남 변호사가 당시 구속된 상태라 킨앤파트너스와 협상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남 변호사는 2009~2010년 LH가 공영개발을 포기하도록 정치권 등에 로비하는 대가로 시행사 대표로부터 8억3,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2015년 재판에 넘겨졌지만 무죄 판결을 받았다.) 남 변호사와는 2014년 말부터 개인적으로 인연을 쌓기 시작했다. 2015년 5월쯤 형수님한테 ‘형이 구속됐으니 접견을 와 달라’는 말을 듣고 찾아갔다. 남 변호사가 구속된 뒤 그를 변호하게 됐고, 자신을 대리해 킨앤파트너스에서 자금 유치를 맡아 달라고 해서 수락했다.

하지만 킨앤파트너스와 만나 보니 남 변호사 말과는 달리 협상이 진행된 게 별로 없었다. 남 변호사가 SK 관계자를 딱 한 번 10분 정도 만났을 뿐이라 투자를 결정하지 않은 흔적이 역력했다. 당시 PF 구성을 위한 초기 비용 마련에 어려움이 커 킨앤파트너스가 결심하지 않으면 사업이 엎어질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다행히 박중수 전 킨앤파트너스 대표를 통해 초기 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고, 그 공로로 남 변호사가 ‘기회’(화천대유 지분)를 줬다.”

-화천대유 주주 구성과 주식 비율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나.

“그 결정을 정확히 누가 했는지 모른다. 다만 내 지분이 얼마 정도 주어졌는지는 화천대유 쪽에서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남 변호사와 박영수 전 특검과 같은 법무법인(강남) 소속으로 있는데.

“남 변호사와 박 전 특검과는 2014년 가을 인연을 맺었다. 당시 박 전 특검이 2015년 1월 치러진 제48대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선거 출마를 준비 중이었는데, 그를 지지하는 모임에서 남 변호사를 처음 만났다. 당시 부동산 개발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관심이 생겼고 친해졌다. 남 변호사가 이후 “생각한 만큼 돈을 못 벌게 됐다”고 토로했는데, 2015년 3월쯤 남 변호사가 “형이 수사받게 되면서 스크래치가 나는 바람에 사업 주도권을 김만배한테 다 뺏겼다”는 하소연을 수차례 들었다.

언론에선 내가 박영수 전 특검과 함께 남 변호사를 변호했다고 하는데 정확히 말하면 사실이 아니다. 남 변호사가 수사 단계에선 박 전 특검에게 변호를 요청했지만, 구속된 이후엔 박 전 특검은 선임계만 유지했을 뿐 변호는 내가 맡았다. 당시 법무법인 강남은 남 변호사가 구속되고 손을 뗄 때였다. 그때 내가 사건기록을 검토하고 입회하고 킨앤파트너스 자금 유치 관련 내용 보고하느라 6개월간 하루에 두세 번씩 남 변호사를 찾아갔다. ‘옥바라지’라는 말까지 듣게 됐다.”

-법무법인 강남 홈페이지에서 남욱 변호사와 함께 프로필이 사라졌던데.

“이 사건 터지고, 남 변호사는 강남에서 퇴직한 상태다. 나 역시 로펌에서 퇴직하면 좋겠다는 말을 들어 퇴직 절차를 밟고 있다.”

-남 변호사의 미국행에 대해선 아는 게 있나.

남욱 형은 3년 전에 자녀 교육 등의 이유로 가족과 함께 미국에 갔다가 가끔 한국에 온다. 기자였던 형수님은 육아휴직 기간이 지난 뒤 퇴직한 걸로 알고 있다.”

-남 변호사와 가끔 연락은 하나.

“이 사건이 터진 뒤 최근 연락이 왔었다. 욱 형이 ‘김 회장(김만배)은 무슨 일을 했길래 이런 사건이 터졌냐’라고 이야기했다. 2016년 이후에는 김만배씨와 연락한 적이 없어서 그간 일어났던 일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통화하면서 ‘김만배씨는 돈을 어떻게 썼냐’고 서로 묻기도 했다. 남 변호사한테 ‘(검찰에 가서) 그냥 편하게 아는 대로 다 얘기하라’는 말을 들었다.”

-남 변호사는 한국에 들어올 생각은 없나.

“그 이후에는 통화한 적 없다. 한국에 와서 후련하게 이야기해 줬으면 좋겠다.”










제주= 김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