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화천대유가 민영 개발이 추진되던 시기에 묶여 있던 대장동의 '노른자 땅'을 수의계약으로 가져와 분양수익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대장동 개발을 주관한 민관합동업체 ‘성남의뜰’은 민간 사업자가 확실하게 분양 수익을 챙길 수 있도록 화천대유 쪽에 노른자 땅에 대한 시행 권리를 넘겼다.
화천대유가 거액을 벌어들인 과정을 이해하려면 대장동 개발사업의 역사를 짚어봐야 한다. 대장동 사업은 2009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대장동 개발을 제안하고, 성남시가 공영개발 사업성을 인정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민간 개발 요구가 빗발쳐, LH는 성남시에 사업 제안을 철회했다. 이때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키맨'으로 꼽히는 남욱 변호사 등이 대장동 토지 904개 중 638개를 저축은행 돈 1,805억 원을 빌려 와 확보했다.
하지만 성남시가 개발 방식을 확정하지 못하면서 사업은 진척이 없었고 그사이 돈을 대준 저축은행이 파산했다. 남 변호사 등이 확보한 땅은 예금보험공사에 저당 및 가압류 잡히고, 이들은 1,000억 원대 빚더미에 올랐다.
잠잠하던 개발 열기는 2014~2015년 대장동 인근 판교테크노밸리의 성공적 안착으로 판교 지역 거주 수요가 늘어나면서 다시 달아올랐다. 2014년 대장동이 개발구역으로 확정됐고, 이재명 시장 시절인 2015년엔 '성남의뜰'이 민관합동 개발 시행사로 선정됐다.
성남의뜰은 남욱 변호사 등이 확보했던 땅의 권리 문제를 해결하며 대장동 일대 토지를 수용한 뒤, 총 '15개 지구'로 쪼개 분양시행사에 팔아 수익을 올렸다. 화천대유는 성남의뜰 지분 1%만 가졌지만, 우선주 참여자들의 약정 수익을 제외한 수익을 배당받는 조건을 걸어 577억 원의 토지 판매 수익을 챙겼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실과 한국일보가 대장동 사업 지구 15곳을 분석한 결과, 화천대유는 15개 지구 중 5개 지구(A1·A2· A11·A12·B1)를 가져와 분양 수익을 올렸다. 5개 지구는 미분양 위험이 적은 '85㎡ 이하' 아파트와 고급 빌라가 들어오는 곳이다. 85㎡ 이하는 '국민 평형'으로 대형 아파트에 비해 분양가가 싸면서도 3, 4인 가족이 살기에 적합해 가장 인기가 많다.
부동산 개발업체 관계자는 "대장동 민간 개발지구 중에서도 화천대유가 챙긴 5개 지구는 노른자 땅"이라며 "국민 평수로만 구성돼 있고 특히 A1·A2·B1 지구는 판교신도시와 이어지는 터널과도 인접해 접근성도 좋다"고 설명했다. 실제 고급 빌라가 들어서는 B1 지구는 최근 'SK뷰테라스'로 분양했는데, 292가구 모집에 9만2,491명이 몰려 청약 경쟁률만 316.75대 1를 기록했다.
화천대유는 이처럼 알짜로 평가받는 5개 지구를 경쟁 없이 수의계약했다. A9·A10지구는 애초에 국민임대 및 공공분양ㆍ임대용이었기 때문에 LH가 수의계약으로 가져갔지만, 나머지 민간분양 지구 중에서 수의계약으로 땅을 가져간 곳은 화천대유뿐이다. A3·A4·A6 지구는 분양시행사 HMG가, B2·B3 지구는 하이아트가 경쟁계약으로, A5·A7·A8 지구는 영우홀딩스가 추첨(추첨 경쟁률 193대 1)으로 가져갔다.
화천대유가 수의계약으로 가져간 5곳은 남욱 변호사 등이 2009년에 이미 90% 이상 확보해둔 곳(임야 등 제외하고 개발 토지 기준)이었다. 성남의뜰 주주(천화동인 4호)로 참여해 1,007억 원을 벌어들인 '남 변호사 맞춤용' 수의계약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권은희 의원은 "2009년 남 변호사 등이 저축은행 돈으로 매입 계약을 했지만 저축은행 파산 등을 거치면서 남 변호사 등에겐 이 땅에 대한 권리가 사라졌다"며 "그런데도 해당 5개 지구를 화천대유가 아무 경쟁도 없이 수의계약으로 가져가면서 성남의뜰이 실패한 사업자에게 개발권을 인정해주고 수익을 챙겨준 꼴"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