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10월로 약속했던 '대환대출 플랫폼' 출범이 내년 이후로 밀릴 전망이다. 은행권과 핀테크 업계 간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데다, 당국이 '가계부채 줄이기'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핀테크 업계에 대환대출 플랫폼 출시를 잠정 연기하겠다고 통보한 데 이어 지난달 말 금융결제원과 은행연합회, 여신금융협회, 저축은행중앙회 등에도 대출 갈아타기 시스템 구축을 내년으로 연기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좁혀지지 않는 양측 입장을 조율할 시간이 필요한 데다, 현실적으로 10월 출범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환대출 플랫폼은 올해 2월 금융위원회가 연중 업무계획의 일환으로 발표한 정책 이다. 카카오페이와 토스 등 핀테크 플랫폼에서 소비자가 금융사마다의 금리 조건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하고, 대출 갈아타기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플랫폼이 활성화되면 대출자들은 각자가 자주 사용하는 플랫폼 안에서 대출 조건을 쉽게 비교하고, 더 나은 상품으로 편리하게 갈아탈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협의 과정에서 플랫폼 종속과 높은 수수료율 등을 이유로 은행권이 빅테크와의 '동침'을 거부하고 나서면서 사실상 논의가 전면 중단된 상태다. 특히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취임 이후 "처음부터 (대환대출 플랫폼을) 다시 검토할 것"(8월 27일), "재검토 기한에 구애받지 않고 시간이 걸려도 충분히 협의할 것"(9월 2일), "금융권 안에서 소통이 더 필요하다"(9월 10일) 등의 발언을 연달아 내놓자 아예 계획 자체가 좌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취임 초기인 만큼 은행권이 강력 반발하는 사안을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에 전력을 쏟는 것도 대환대출 플랫폼 논의가 한쪽으로 밀린 이유 중 하나다. 금융권이 일제히 대출 금리를 높이면서 가계대출 총량을 조절하고 있는데, 한편으로 대출 접근성을 높여주는 정책을 추진하는 건 방향이 맞지 않는다. 올해 3개월간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목표 대비 대출 여유가 10조 원도 채 남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자체 플랫폼을 준비 중인 은행 측도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말까지는 가계대출과 재난지원금,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이슈에 묻혀 대환대출 플랫폼을 논의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참여 업체 간 의견을 중간에서 조율하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에, 당국의 의지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