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야당으로부터 '몸통'으로 지목 받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 재임 시절 공직자의 청렴성을 강조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자신은 도덕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는 자신감을 드러내려는 의도로 보인다.
1일 이 지사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는 2015년 성남시청 화장실에 붙여둔 '부패방지' 스티커 사진과 이를 다룬 당시 방송 기사 스크립트가 올라왔다.
'뇌물은 반드시 적발된다'는 제목이 적힌 스티커는 이 지사의 지시로 건축과와 주택과 같은 인허가 부서가 있는 성남시청 8층 화장실에 붙여졌다.
시청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사업하는 사람들로부터 돈을 받게 되면 나중에 들통 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검찰 수사 단계에 맞춰 서술하고 있다.
①'털어서 먼지 안 나는 기업인은 없다. 뇌물을 준 사람은 조사 도중 다른 혐의가 잡힌다. ②수사관은 뇌물 공여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다른 혐의로 구속시키겠다고 압박하며 협상을 제의한다. ③구속되면 자금이 안 돌고 그러면 사업체는 망한다. ④뇌물을 준 사람은 자신의 업체를 살리기 위해 자백한다'는 것이다.
뇌물을 준 기업가나 뇌물을 받은 공무원은 서로 절대 자백하지 않기로 약속하지만, 검찰수사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뇌물 공여·수수는 적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한 설명이다. 성남시가 당시 공무원들에게 강조하던 캐치프레이즈도 '부패 즉사, 청렴영생', 즉 '부패하면 죽고 청렴하면 영원히 살 수 있다'였다.
이 지사는 "'부패지옥청렴천국', 제가 성남시청 화장실에 붙여뒀던 문구다"라며 "'공직자는 어항 속 금붕어라 생각하라', '아마추어 개인이 전문집단 검찰을 속이는 것은 불가능하니, 숨길 일이면 아예 하지말라' 성남시, 경기도 간부회의에서 제가 귀가 따갑게 반복하는 경고"라고 성남시장 재임시절을 떠올렸다.
이어 "내 결재 사인 하나, 눈짓 하나로 수백 수천억 원의 향방이 갈리는 공직에 있다 보면 엄청난 유혹과 압박 강요들이 밀려온다"라며 "그걸 견뎌내는 것이 진짜 능력이다. 개발 압력이 높은 용인시 시장은 대부분 구속되었고, 제가 유일하게 감옥 안 간 성남시장"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몸통으로 몰아붙이는 야당을 겨냥해 "제 뜻대로 공영개발했다면, 반대로 국민의힘 뜻대로 민영개발했다면 이런 소란도 없었을 것"이라며 "시민몫을 포기할 수 없어, 마귀의 기술과 돈을 빌리고 마귀와 몫을 나눠야 하는 민관 공동개발을 했다. 향후 사업·정산 과정에서 마귀의 유혹을 최소화하려고 성남시 몫을 비율 아닌 정액으로 사전 확정하고 사전집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물을 나눈 자가 도둑이고, 곽상도 아들에 50억원을 준 자가 주인"이라며 "마귀와 손잡고, 마귀를 끌어들이고, 마귀의 돈을 나눠가진 이들이 마귀와 싸운 저를 '범인', '주인'이라며 음해한다. 국민의힘이 지금은 마귀의 힘으로 잠시 큰소리치지만, 곧 '부패 지옥'을 맛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지사의 '셀프 과거 소환'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야당에서 문제 삼고 나선 "사고 치면 핸드폰 뺏기지 말라"는 자신의 발언 동영상도 직접 공유하며 정면돌파에 나섰다.
'핸드폰 발언'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키맨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본인의 휴대전화를 창 밖으로 던져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명된 것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과거 이재명 지사가 한 강연에서 '사고 치면 핸드폰 뺏기지 말라, 인생기록 싹 들어있다'고 발언한 것을 겨냥해, "유동규씨에게 핸드폰 버리라고 지시했느냐"고 공세를 폈다.
이에 이 지사는 이재명 캠프의 남영희 대변인이 올린 '이재명 천지창조설'이란 제목의 게시글을 공유하며 반박에 나섰다.
남 대변인은 해당 강연 동영상을 공유하며 "2016년 '박근혜 하야 촉구 시국 강연' 중에 나온 발언을 두고 2021년 유동규에게 내린 행동지침이라고 한다. '이재명은 합니다'를 '이재명은 모든 걸 다 한다, 다할 수 있다'로 믿고 있는거냐"고 야당의 의혹제기가 터무니 없다고 쏘아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