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일본 총리로 4일 취임하는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신임 총재가 1일 당 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기시다 총리’를 만드는 데 공이 큰 호소다파와 아소파, 두 파벌에 핵심 요직을 배분하고 의원 각자 의사에 맡긴 파벌이나 상대 후보를 지지했던 파벌은 철저하게 배제한 보은 인사였다. 총재 선거에서 경쟁했던 후보 중에서도 결선투표에서 연대했던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장관에겐 ‘당 4역’ 중 하나인 정무조사회장(정조회장)을 맡긴 반면 고노 다로 행정개혁담당장관은 당 홍보본부장으로 임명해 강등이나 다름없는 처분을 했다.
이날 자민당은 임시총회를 열고 당 임원 인사를 결정한 뒤 오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발표된 이른바 ‘당 4역’ 인사는 △간사장에 아마리 아키라 세제조사회장(아소파) △총무회장에 후쿠다 다쓰오 중의원(후쿠다파) △정조회장에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장관(무파벌) △선거대책위원장에 엔도 도시아키 전 올림픽담당장관(다니카키 그룹) 등이다. 여기에 새로운 직책으로 부총재를 신설, 아소파 수장인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장관을 임명했다. 기시다 당선을 이끈 파벌인 후쿠다파와 아소파에 핵심 간부직을 나눠 준 셈이다. 최대 파벌 호소다파는 1차 투표 때는 다카이치를 지원하는 아베의 요구로 다카이치와 기시다 양쪽에 투표했으나 결선에서는 일치해 기시다를 지지했다.
간사장은 당의 자금을 관리하고 공천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핵심적인 자리로, 아베 신조 전 총리, 아소 부총리 측과 긴밀하게 연락하며 기시다 총리를 만든 ‘1등 공신’인 아마리에게 돌아갔다. ‘3A’로 불리는 이 세 사람은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 교체를 주장해 왔다. 후쿠다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3선 이하 젊은 의원들의 초당파 모임인 ‘당풍 일신의 회’를 결성해 파벌에 구애 받지 않고 투표하자는 분위기를 이끌었으나 정작 본인은 기시다 진영을 도왔다. 엔도 전 장관은 총재 선거에서 기시다 진영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다.
반면 끝까지 기시다 지지를 결정하지 않은 니카이파와 이시하라파, 그리고 고노 장관을 지지한 이시바파 등은 당 간부 인사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고노 장관을 당 홍보본부장에 임명한 것도 경력을 고려하면 사실상 ‘강등’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그 배경에 “고노는 일단 찬밥을 먹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아소의 존재가 있다고 전했다. 아소는 고노가 아소파 소속인데도 끝까지 지지하지 않았다. 특히 고노가 아베와 대립한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과 연합하자 등을 돌렸다. 니혼게이자이는 이번 논공행상 인사에 대해 “눈앞의 중의원 선거를 고려하면 파벌에 대한 과도한 배려는 타당하지 않다”며 “기시다의 당원·당우 득표율은 30%도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기시다 총재는 4일 총리 취임과 동시에 내각 인사도 발표한다. 일본 정부 대변인이자 총리 관저 2인자인 관방장관에는 후쿠다파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7선 마쓰노 히로카즈 전 문부과학장관이 내정됐다. 애초 야스쿠니 신사를 매년 참배하고 아베 전 총리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하기우다 고이치 전 문부과학장관이 거론됐으나, 하기우다는 겨우 5선에 불과하다며 경륜을 문제 삼은 후쿠다파 내부 요구와 ‘아베 색이 너무 짙다’는 주변 반발 등을 고려해 변경됐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재무장관엔 스즈키 순이치 전 환경장관이 임명되고,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장관은 유임될 전망이라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한편 21일 임기 만료인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거)가 다음 달 7일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총재는 4일 소집되는 임시국회를 14일까지 열 방침을 굳혔다. 4일 국회에서 총리로 선출되는 기시다 총재가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14일에 중의원 해산을 단행하면 중의원 선거는 이달 26일 고시, 내달 7일 투·개표가 유력하다. 당초 다음 달 2일 고시, 같은 달 14일 투·개표도 검토됐지만, 신속하게 중의원 선거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산케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