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일 일본 총리로 선출될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신임 총재는 지난 29일 총재로 당선된 후 부인 유코(裕子·57) 여사와 함께 박수를 받으며 감사 인사를 했다. 유코 여사는 이 자리에서 “정말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싸울 수 있었고, 정말 좋은 결과를 내도록 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신임 총재는 과거 중의원이었던 부친의 비서로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은 이듬해인 1988년 유코 여사와 맞선을 통해 결혼했다. 슬하에 아들 셋을 두고 있다.
남편과 7살 차이인 유코 여사는 “부드러운 언행이 닮은꼴”로 평가받는다. 이번 총재 선거 과정에서는 모습이 드러내지 않았지만, 평소 남편을 대신해 지역구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행사에 자주 참여하는 등 적극적 내조를 한다. 자신이 주축인 여성 모임 ‘이글(독수리) 여성’의 크리스마스 파티에서는 산타클로스 모자를 쓰고 훌라 춤을 춘 적도 있다.
소녀시절부터 지금까지 계속해 온 영어 공부는 남편이 외무장관 시절 큰 도움이 됐다. 기시다 후원회 관계자는 남편이 총리로서 국제 무대에 섰을 때 “퍼스트레이디로서 국제 무대에 데뷔할 준비도 끝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시다가 소셜미디어에 부인이 식사를 차려 주는 모습을 올리며 전통적인 아내상을 부각하는 모습은 일부에서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기시다는 총재 당선 당일 밤 늦게 귀가하자 부인이 손수 오코노미야키를 만들어줬다며 트위터에 사진을 올렸다. “항상 최고로 맛있지만, 오늘은 평생 잊지 못할 맛이었다”고 덧붙인 이 게시물은 22만8,000명이 ‘좋아요’를 눌렀고 “멋진 부부”라는 긍정적인 댓글이 많이 달렸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심야에 귀가한 남편에게 식사를 차려 주는 것을 미담으로 여기지 말라” “또 부인을 가정부 취급하나” 같은 비판적 반응도 있었다고 허핑턴포스트재팬은 전했다.
기시다는 1년 전 자민당 총재 선거에 나섰을 때도 자신은 식탁 앞에 앉아 있고 부인은 앞치마를 두른 채 서 있는 사진을 올린 적 있다. 당시 그는 “TV 출연하는 도중에 현지에서 올라온 아내가 밥을 해 줬다”는 트윗을 올렸다. 프랑스 르몽드지는 이번에 기시다의 자민당 총재 취임 소식을 전한 기사에서 작년의 이 트윗을 비판하며 “소통 작전이 대실패로 끝났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기시다가 선택적 부부 별성제, 동성 결혼 등 사회 이슈에 모호한 입장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