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사태 이후 법원의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해 고가 미술품들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30일 강제집행면탈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부회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강제집행면탈은 강제집행을 피할 목적으로 재산을 숨기거나 차명으로 돌려놓는 행위를 말한다.
미술품 은닉에 가담해 함께 재판에 넘겨진 홍송원 갤러리서미 대표에겐 강제집행면탈 혐의로는 징역 1년 6개월이, 조세포탈 혐의로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및 벌금 20억 원이 확정됐다. 항소심에서 실형 선고에도 법정구속을 면했던 두 사람은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되면서 수감생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혜경 전 부회장은 동양그룹 사태로 법원이 가압류 절차를 밟기 직전인 2013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동양그룹 임원 소유의 수십억 원대 미술품 104점을 빼돌린 후 일부를 매각한 혐의로 기소됐다. 동양그룹 사태란, 자금난을 겪던 동양그룹이 4만 명의 개인투자자들에게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불완전 판매해 1조 원이 넘는 피해를 입힌 사건을 말한다.
1심은 “반출된 미술품 중 시가가 확인된 것만 50억 원에 이른다”며 “이는 동양그룹사태로 피해를 본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의 피해 회복에 사용됐어야 할 책임재산이었으나,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투자자들에게 이중의 고통이 됐다”고 지적했다.
2심도 “이 전 부회장은 동양사태 후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국정감사 다음날부터 소장하던 미술품을 반출해 은닉했다”고 질타했다. 대법원도 이날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이혜경 전 부회장의 남편인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도 '동양그룹 사태'로 2015년 징역 7년을 확정받고, 올해 1월 만기 출소했다. 같은 사건으로 남편이 7년 옥살이를 끝낸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번엔 부인이 수감될 처지에 놓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