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이 준다 길래"… 무심코 가담한 '알바'로 전과자 신세

입력
2021.09.30 11:41
청소년·노인까지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 가담
"피해금 전달만 해도 실형" 고액 제안 의심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활동이 위축되자 고액 아르바이트라는 꼬임에 넘어가 보이스피싱 수거책으로 나서는 청소년들과 노인들이 늘고 있다.

강원경찰청은 올해 1~8월까지 수사한 보이스피싱 범죄 659건 중 '고액 알바' 광고를 보고 지원했다가,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으로 일한 280명을 붙잡아 88명을 구속했다고 30일 밝혔다.

659건 중 직접 피해자를 마주하는 '대면 편취형' 범죄는 491건(75%)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4건 늘었다.

검거된 수거책 대부분은 생활정보지나 인터넷을 통해 '돈만 받아오면 된다'는 고액 아르바이트 광고를 통해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분석됐다. 보이스피싱 범죄인지 애초에 몰랐다는 얘기다.

커피숍을 운영하던 50대 A씨는 코로나19로 수입이 줄어들자 고액 알바 광고 문자에 속아 수거책으로 가담했다. 스포츠센터에서 일하던 40대 B씨는 역시 광고를 보고 마찬가지로 전화금융사기 현금 수거책으로 일하다 적발됐다.

구직 활동이 잦은 20∼50대가 252명으로 가장 많았으나, 20세 미만과 60대 이상도 각각 13명과 15명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254명(91%)은 생활자금을 마련하고자 범행에 가담했고, 26명(9%)은 대출을 받게 해주겠다는 거짓에 속아 전과자 신세로 전락했다.

직업별로 보면 무직이 206명(73%)으로 가장 많았다. A씨와 같은 자영업자들도 10명이나 됐으며, 학생 17명, 일용직 10명, 회사원 8명, 기타 29명 순이었다. 이들 중에는 대출 광고를 보고 연락했다가 나체영상 유포를 빌미로 협박당하거나, 수거책 제안을 거절하자 '가족들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을 당해 어쩔 수 없이 수거책으로 나서 이들도 있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먹튀(먹고 튀다의 줄임말) 방지'를 위해 수거책들의 신분증과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등본을 요구했고, 영상통화를 통한 본인 인증 방식을 이용해 수거책을 뽑은 것으로 드러났다.

강원경찰청은 "각종 구인, 구직 과정에서 신분증과 주민등록등본 등 각종 증명서와 가족·지인 연락처, 본인 확인용 영상을 요구하거나, 하는 일에 비해 많은 대가를 약속하면 무조건 보이스피싱을 의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피해금 전달만으로도 구속되어 실형까지 선고 받을 수 있고, 피해금을 변상해야 하거나 수익을 몰수·추징 당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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