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분석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폐렴 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인공지능 모델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상용화하면 코로나19로 인한 폐렴은 물론 여러 폐렴 진단에 획기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디지스트) 박상현 로봇공학전공 교수팀과 영남대병원 안준홍(호흡기ㆍ알레르기내과) 교수팀은 30일 CT 영상 내에 주요 병변들을 확인해 분간이 어려운 세균성폐렴과 코로나 환자를 자동으로 분류해줄 수 있는 딥러닝 모델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딥러닝은 인간의 뉴런(신경계의 단위)과 비슷한 인공신경망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머신러닝(기계학습)과 인공지능의 하위개념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폐렴이 악화하면 의사들은 통상 CT 영상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확인한다. 하지만 코로나19 폐렴과 세균성폐렴은 그 차이가 미미하고, 3차원 영상 내의 병변을 일일이 확인하고 분류하는 게 어려워 정확히 구분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박 교수 연구팀은 3차원 영상 내의 병변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더라도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CT 영상 내 주요 병변을 주목해 분류해주는 새로운 딥러닝 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여러 사례를 통합적으로 고려해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문제에 사용하는 '다중 인스턴스 학습'을 활용했다.
이 모델의 성능 향상을 위해 CT 영상에서 폐렴 병변의 위치를 집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어텐션(Attention) 모듈’을 접목시켰다. 또 비지도학습 기반의 컨트래스티브 러닝(Contrastive Learning)을 이용해 환자별 특징 추출 성능을 극대화했다. 비지도학습은 머신러닝의 한 방식으로, 정답과 오답과 같은 답이 없는 데이터로 학습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개발한 딥러닝 모델의 정확도는 98.6%로, 기존에 제안됐던 다른 다중인스턴스학습 기법의 성능을 크게 웃돌았다.
실용화를 위해선 여러 병원에서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해 이를 기반으로 한 학습과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한 모델은 코로나19 진단 성능을 크게 향상시켜 주었을 뿐만 아니라, 다중인스턴스학습 인공지능 분야에도 큰 개선을 보였다”며 “코로나19 팬데믹 극복은 물론 관련 기술을 개선한다면 다른 폐렴 진단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의료영상분석 관련 분야 최상위 저널인 ‘메디컬 이미지 분석(Medical Image Analysis)’ 2021년 8월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