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정상으로 더 좋게 만들겠다(Biden's Build Back Better)'라고 출범한 바이든 정부의 성공은 경기회복에 달렸다. 유권자가 체감하는 경기회복을 위한 바이든 정부의 가장 핵심적인 경제 프로젝트는 '일자리 계획(Job Plan)'이다. 사회간접시설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서 일자리를 만든다는 소위 '뉴딜정책'이다. 원래는 10조 달러 규모였지만 상원에서 도로, 다리, 교통, 수도 등 인프라에 특화한 1조 2,000억 달러로 대폭 축소되었고 그 안에 포함되었던 교육, 복지, 환경 등 사회성 예산 3조5,000억 달러는 일반 예산안에 붙였다. 이렇게 얽히고설킨 예산안은 공화당은 물론이고 여당인 민주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크게 충돌하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해 대선과정에서 확대 결집된 민주당 내 '진보코커스'는 3조5,000억 달러의 사회성 예산안을 우선 보장해야 상원합의안인 인프라 법안에 동의하겠다고 하고, 온건 중도파들은 1조2,000억 달러의 인프라 법안의 초당안을 우선 보장하라고 양보없이 충돌하고 있다. 진보계 그룹이 100여 명이지만 10여 명의 온건 중도파들의 역할이 아니고는 공화당의 무조건 반대를 넘어갈 방도가 없다.
연방의회 내 양당에는 '민주당 같은 공화당 의원'과 '공화당 같은 민주당 의원'이 존재한다. 초당적 정치를 높은 가치로 여기는 이들이다. 이들은 각 당의 골수지지자들로부터는 기회주의자라고 몰리기도 하지만 현실정치의 장에서는 그 역할이 빛난다. 지금 의회에선 이들의 역할이 극단적인 당파정치에서 그나마 돌파구를 만들어 낸다.
연방하원 내 민주 28명, 공화 28명의 하원의원으로 구성된 56명의 PSC(Problem Solvers Caucus: 문제해결사 간부회의)가 있다. 대화와 타협의 초당파적 입장이 이들의 기준이다. 바이든의 1조2,000억 달러 인프라 법안이나 3조5,000억 달러의 예산안을 통과시키려고 무진 애를 쓰는 협상의 마당이 바로 PSC다. 뉴저지주 한인밀집지역구의 민주당 소속 죠수아 갓하이머 의원과 펜실베이니아 한인밀집지역구의 공화당 소속 브라이언 피츠패트릭 의원이 공동의장이다. 최초의 한국계 여성 하원의원인 캘리포니아의 영김 의원도 PSC 소속으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출발은 2011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뉴욕 맨해튼에 1,000여 명의 사람이 모였다. '국가를 위한 시민모임'이란 명분으로 미 전역에서 초청받은 유권자들이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 후 정치권이 극단적 당파주의에 빠져든 상황에서, 양당 중도성향 당원들이 서로 연대해 중도주의를 정치세력화하자는 취지다. 우파의 '티파티'운동이나 좌파의 '무브온'에 맞서는 제3의 정치운동인 '노 레이블스(No Labels)'가 이렇게 출발했다. 노 레이블스는 오바마 정부 시절 예산안의 부결로 정부가 문을 닫았을 때 의원들의 세비를 중단하는 법안을 내기도 했고, 의회에서 대통령 연설 시 의원들이 여야로 나뉘지 않고 섞어 앉게 하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트럼프의 등장으로 인하여 의회가 당파적으로 서로 격렬하게 대립할 때인 2018년 연방하원에서 PSC를 구성한 건 이들의 가장 돋보이는 성과다.
지금 의회는 남북전쟁 시절에 버금갈 정도로 거의 전쟁 수준이다. 1월 6일 의회를 공격한 정치세력은 소수의 범죄행위가 아니라, 선거에서 패배한 정치세력의 집단적 반란이다. 만약 예산안의 부결로 정부가 문을 닫게 되고 국가부도 사태가 오면 바이든 정부의 성공은 물 건너간다. 내년도 중간선거는 물론이고 2024년 트럼프의 재등장이 눈앞에 닥친다.
PSC의 역할로 공화당 의원들이 예산안에 투표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뉴스에 눈길이 쏠리는 것이 어디 필자뿐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