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을 주도한 남욱(48) 변호사 등이 사업 초기 저축은행에서 빌린 대출금을 갚지 못해, 이로 인한 피해가 2,600억 원대로 불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남 변호사 등은 부실대출 책임을 정부에 떠넘긴 채 1,000억 원대 개발 수익을 챙겨 잠적한 상태다.
29일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가 대장동 개발사업 초기에 사용된 저축은행 대출금 중 아직 회수하지 못한 원금이 383억 원에 달하고, 원금에 대한 이자는 2,245억 원(올해 9월 23일 기준)으로 파악됐다. 대장동 사업 대출금이 12년 가까이 변제가 안 되면서 2,628억 원이 부실 채권으로 남은 것이다.
2009년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사인 씨세븐과 대장프로젝트금융투자 대표를 맡은 이모(52)씨는 일대를 개발하려고 토지를 매입하기 시작했다. 매입 자금은 저축은행 11곳에서 끌어왔으며, 총 대출금은 1,805억 원에 달했다. 남 변호사는 이 과정에서 시행사의 자문을 맡았고, 직접 땅 매입 과정에 개입했다.
이씨와 남 변호사는 시행사를 통해 마련한 저축은행 대출금을 토지 매입을 위한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사용했다. 다만 잔금은 치르지 않고 소유권은 원주민들에게 남겨뒀다. 한정된 자금으로 최대한 많은 토지를 확보하면서도, 소유권을 갖게 되면서 파생되는 위험을 피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가 터지면서 문을 닫는 은행들이 속출했다. 시행사에 돈을 빌려준 저축은행 11곳 중에서 9곳이 파산했다. 은행들은 일제히 원리금 상환을 요구했지만, 대출금은 토지 매입 계약금 등에 이미 사용된 상태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성남시에서 민간 개발 방식에 브레이크를 걸면서 개발 수익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그나마 은행들이 예금으로 보관돼 있던 대출금은 파산 전에 회수했지만, 원금 1,016억 원은 회수하지 못했다. 예금보험공사는 파산한 저축은행들의 관재인 자격으로 시행사에서 매입 계약을 해놓은 대장동 땅으로 원리금 645억 원은 회수했지만, 나머지 원금 383억 원은 운영비 등으로 이미 사용돼 회수가 쉽지 않았다. 결국 저축은행에 맡겨둔 서민들 돈 383억 원은 손실 딱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예금보험공사가 시행사 자산을 압류하거나 수익을 가져오면 회수할 수 있지만, 당시 사업을 주도한 시행사 3곳 중 2곳은 이미 사라졌다. 시행사 대표 이씨가 연대보증을 섰기 때문에 수시로 이씨 재산을 조회하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다.
문제는 이씨의 사업 파트너였던 남 변호사는 보증도 서지 않아 책임에서 비껴 나있다는 점이다. 남 변호사가 2015년 민관합동 방식으로 다시 추진된 대장동 사업에 주주로 참여해 1,000억 원을 벌 수 있었던 배경도 여기에 있다.
남 변호사가 정부에 빚을 떠넘기고 거액을 챙긴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를 회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권은희 의원은 "금융당국은 남 변호사가 대장동 개발로 얻은 배당수익을 신속히 가압류해야 한다"며 "저축은행 사태 피해자들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