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증상이 없는 담도암 고위험군 환자라도 담도 내시경 선별 검사로 담도암을 조기 발견해 완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국내 의료진이 처음 입증했다.
담도는 간에서 십이지장까지 연결되는 관으로 담즙을 운반한다. 이곳에 생기는 암을 담도암(담관암)이라고 한다. 담도암은 국내 암 사망 원인의 6위를 차지하는 난치 암으로, 5년 생존율이 28%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은 ‘독한’ 암이다.
담도암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유전적 원인 외에도 담관 결석증, 간흡충증, BㆍC형 간염, 담관 낭종, 췌담관 합류 기형, 궤양성 대장염, 원발성 경화 담관염 등이 위험 인자로 꼽힌다. 60~70대 고령층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70대가 35.5%로 가장 많고, 이어 80대 이상, 60대 순이다.
황달 등이 생기기 전에 담도암을 조기 발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황달 등이 생겨 병원을 찾았을 경우 수술로 치료 가능한 환자는 40~50%에 불과하다.
문종호ㆍ이윤나ㆍ신일상 순천향대 부천병원 소화기병센터 교수팀은 지난 8년간 담도암 고위험군인 담도 결석 환자 207명을 대상으로 담도 내시경 검사를 시행했다.
결석을 모두 제거한 뒤 담도 내시경으로 담도 내부를 살펴본 결과, 31명에게서 이상 소견을 발견했다. 이 중 4명이 조기 담도암, 3명은 담도암 전 단계였는데 이들 중 5명은 수술로 암을 완전히 절제해 완치됐다.
연구팀은 담도 내시경 검사로 환자 30명당 1명꼴로 담도암 관련 병변의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 책임자인 문종호 교수는 “세계 최초로 특별한 증상이 없는 담도암 고위험군 환자에게 선별 검사 개념으로 담도 내시경 검사를 시행해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등으로 발견하기 어려웠던 초기 담도암을 진단하고, 수술적 절제로 완치 가능성을 높인 매우 의미 있는 연구 결과”라고 말했다.
문 교수는 “앞으로 췌장 담도 전문가가 손쉽게 쓸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한 담도 내시경이 개발돼 예후가 나쁜 담도암을 조기 진단하고 치료하는 사례가 더욱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는 소화기내시경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인 ‘미국소화기내시경학회지(Gastrointestinal Endoscopy, IF: 9.427)’ 10월호에 게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