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효율화는 전 세계 유통기업의 지상 과제다. 비용을 줄이면서도 배송 속도를 높이는 효율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기업들은 인공지능(AI) 알고리즘 등 첨단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가장 최첨단 시설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물류센터는 어떤 모습일까. SSG닷컴의 '네오 003'을 지난 28일 찾았다. 2019년 12월 말 완공된 후 외부 공개는 처음이다.
SSG닷컴은 물류센터를 온라인스토어, 혹은 ‘네오(NE.O: NExt generation Online store)’라고 부른다. 차세대 온라인스토어의 승기를 잡겠다는 포부에서다. SSG닷컴의 세 번째 온라인스토어인 네오003은 경기 김포시 고촌읍에 있다. 네오003의 외관은 크고 네모반듯한 건물에 탑차들이 연신 들어가는 다른 물류센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규모는 지하 1층에 지상 5층(연면적 5만2,549㎡)으로, 축구장 7개 정도의 크기다. 바로 옆에는 2016년 1월 문을 연 네오002가 있다.
차별점은 겉이 아닌 내부에 있었다. 가장 큰 특징은 ‘전 과정 자동화’였다. 사람이 물건을 찾아 뛰어다니고 옮기고 포장하는 다른 물류센터와 달리 기계가 가장 바쁘게 움직였다. 상품이 작업자를 알아서 찾아오는 GTP(Goods To Person) 시스템부터 구매 빈도가 높은 상품을 선별하는 DPS(Digital Picking System)까지, 사실상 기계의 공간이었다.
주문이 들어오자 천장까지 이어진 재고 창고에서 셔틀 유닛이 빠르게 움직였다. 셔틀유닛은 총 322개. 분당 200m 속도로 움직인다. 생활용품을 취급하는 4층 드라이(dry) 피킹장 한편에는 23층으로 된 재고 창고가 있었는데, 이곳을 셔틀유닛이 빠르게 움직이며 회색 바구니(재고 바스켓)를 꺼내왔다. 레일 위에 올려진 바구니는 작업자에게 보내졌다. 사람이 서 있는 곳으로 상품이 찾아오는, 이른바 GTP 방식이다.
GTP 설비 작업대 앞에 서자 바구니들이 줄지어 들어왔다. 화면에 뜬 이미지와 수량, 유통기한, 상품 상태를 살핀 뒤 바구니에서 상품을 꺼내면 된다고 했다. 상품을 투입구에 넣고 버튼을 누르자, 이내 레일을 타고 사라졌다. 상품들이 모여 고객 배송 바구니에 담기는 과정이다. 그 사이 바구니는 다시 빠르게 재고창고로 옮겨졌다. 회전율에 따라 자동으로 재고 창고 보관 위치가 달라진다고 했다.
신선식품을 취급하는 3층 웨트(wet) 피킹장은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서서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됐던 4층과 달리 두툼한 패딩 점퍼를 입은 사람들이 조금씩 움직였다. 구간별로 작업자들이 서서 램프 불빛이 켜진 바구니를 보더니, 뒤를 돌아 같은 색 불빛이 들어온 상품을 찾아 넣었다. 봉인근 센터장은 “이를 DPS라고 부르는데, 각 상품의 판매 빈도 등을 고려해 위치를 분산시키고 있다”며 “상품 재고는 셔틀 유닛이 후방에서 바로바로 보충해준다”고 설명했다.
100% 자동화할 수 있어도 입고와 최종 검수단계에서는 사람의 손을 거쳤다. 품질을 확인하고, 상품 정보를 입력하는 일은 사람의 눈과 손이 더 정확하기 때문이다.
네오003에서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물량은 3만5,000건. 3시간 단위로 하루 11회 배송 마감을 한다. 처리할 수 있는 물량이 정해져 있다는 것은 네오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SSG닷컴 관계자는 “상온상품 기준으로 시간당 2,400개, 1.6초당 한 박스를 마감하고 있다”며 “속도도 물론 중요하지만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최적의 속도를 찾아 안정적으로 물량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