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신임 총리에 기시다... 한일관계 개선 계기 돼야

입력
2021.09.3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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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의 뒤를 이을 일본 차기 총리에 기시다 후미오(64) 전 외무상이 결정됐다. 기시다는 29일 집권당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고노 다로 전 방위상과 결선까지 가는 접전 끝에 257대 170으로 승리를 거뒀다. 여론이 지지한 개혁 성향의 고노에 비해 온건 보수인 기시다는 안정성을 내세워 보수세력 지지를 끌어낸 것이 당선에 주효했다.

기시다는 내달 4일 소집될 임시국회에서 총리 지명선거를 거쳐 제100대 총리직에 오르게 된다. 신자본주의를 내세운 그가 기업 이윤의 중산층 분배를 주장해온 만큼 일본에도 일정 변화가 예상된다. 이런 변화에 맞춰 기시다 시대에는 악화될 대로 악화된 한일관계에도 개선의 물꼬가 트이기를 기대한다.

사실 지금 한일 관계는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의 상황이다.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와 일본의 수출 규제로 악화된 양국 갈등은 풀릴 기미마저 보이지 않는다. 양국 정치권은 관계 개선 노력이 지지세력 반대에 부딪히자 아예 손을 놓아 버린 형국이다. 1년 넘게 스가 총리는 “한국이 해결책을 가져와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정상회담 한 번 열지 않았다.

물론 기시다 차기 정부가 이런 상황 개선에 선뜻 나설 계기를 찾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기시다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서명한 당사자인 점에서 보면 양국 관계의 험로를 예상하는 게 더 설득력 있다. 평소에도 그는 한일 갈등에 대해 “공은 한국에 있다”는 강경 입장을 견지했다. 만만치 않은 여건은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일본이 현안 해결에 성의를 보이지 않는 이상 임기 말인 문재인 정부가 먼저 나설 이유를 찾기는 어렵다.

한일 갈등은 손을 댈수록 실타래처럼 얽혀 해법이 보이지 않지만 이런 상황을 더 방치한다면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자명하다. 늘 외교는 국내 정치에 발목이 잡히게 마련이긴 하나 그래서 더욱 정상의 결단이 필요한 영역이다. 한일 모두가 권력 교체기에 있는 만큼 먼저 출범하는 기시다 정부에서 미래 지향적 결단이 나오길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