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을 탈당한 곽상도 의원의 아들 곽병채(31)씨가 화천대유자산관리에서 5년 9개월 동안 일하며 산업재해 위로금 성격을 포함해 퇴직금 명목으로 50억 원을 받은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곽씨를 산재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산재로 받은 위로금이라는 곽 의원과 곽씨, 화천대유의 설명 모두 잘못됐다고 비판한 것이다. 또 산재 보상금으로 50억 원은 받은 전례가 없다고 꼬집었다.
양선희 계명대 동산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29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산재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인정하는 사례로 집계한다"며 "그런 경우가 아니고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평가한 걸 산재냐 아니냐로 이야기하는 건 곤란하다. 산재와 아무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 양 교수는 산재 전문가로 산재 피해자들을 진료하고 있다.
양 교수는 곽씨가 산재 절차도 제대로 밟지 않았기에 산재란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어떤 증상이 있다는 것만으로 산재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며 "증상이 있으면 그 증상에 대해 병원에 가서 진단받고 치료를 하고, 그 진단명으로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하면 업무 관련성으로 평가해 최종 심의를 한다"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이명이나 어지럼증으로 산재 위로금이 지급됐다는 곽씨와 화천대유의 해명에 대해선 "이명이나 어지럼증 등 증상만으로는 산재로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명 등 증상이 아닌 명확한 질병명이 있어야 산재 여부를 따질 수 있다는 게 양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이명이나 어지럼증으로 일단 산재를 신청하는 사례가 많지 않고, 곽씨의 경우 임상과에서 해당하는 질병에 대한 진단을 받아야 직업환경의학과에 올 수 있다"며 "명확히 진단한 다음 그 진단과 업무 관련성이 어떠냐로 판단하는데, 증상만 갖고 저희 과에 올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로금은 보통 근로자분들이 민사소송을 해서 회사에서 받는 건데, 산재로 인정된 이후에 민사소송을 통해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곽씨가 산재로 50억 원의 위로금을 받은 게 사실이라면 1964년 산업재해법이 생긴 이후 최초 사례가 될 수 있다. 그만큼 곽씨와 화천대유의 해명이 터무니없다는 지적이다.
법률사무소 일과 사람의 권동희 노무사는 28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엄청난 금액이라 두 가지로 본다. 정말로 좋은 회사이거나 정말 나쁜 회사라는 것"이라며 "산재 신청을 안 한 상태에서 이 정도로 많은 금액을 준 건 산재법이 생긴 이후 처음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재 위로금은 명목뿐이고, 다른 금액의 성격이 아니겠느냐"며 "좋은 회사인지 나쁜 회사인지는 국민이 상식선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 노무사는 "일반적으로 이런 (큰 액수의) 산재 위로금을 받는 노동자가 별로 없다"며 "보통 산재 사건의 한 20% 정도 될까 말까, 보통의 노동자들은 산재 처리를 어떻게 하는지도 모른다. 산재가 정리된 이후 추가적인 위로금을 받을 수 있다고 아시는 분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권 노무사는 폭발이나 추락 등 참혹한 산재라고 해도 받을 수 있는 보상금은 5억 원 정도라고 했다. 그는 "금액도 폭발이나 추락 사고로 인해 사망한 사건의 경우 많으면 5억 원 정도 받는 것"이라며 "10억 원, 20억 원으로 올라가는 경우는 절대로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산재 신청을 아예 안 한 상태에서 수십억 원대 위로금을 받는 경우는 단 한 건도 본 적이 없다"며 "손해배상금이나 산재 위로금을 산정할 때 반드시 전문가의 자문을 거치기에 이런 금액이 나올 수 없는 건 명명백백한 사실"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