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이 담임 여교사에게 보낸 성희롱 메시지가 온라인에서 퍼지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교사들은 자신이 겪은 비슷한 경험담을 털어놓으며 '촉법소년'이란 이유로 학생은 처벌을 피하는 대신 자신들만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현 상황에 불만을 토로했다. 비공개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 온라인에 확산한 데다 언론 보도로 이어진 점을 지적하는 의견도 나왔다.
27일 별도의 인증을 거쳐 초등학교 교사만 가입할 수 있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충격주의) 6학년 저희 반 학생한테 성희롱당했습니다'란 글이 올라왔다. 발령 2개월차인 초등학교 담임 교사라고 소개한 글쓴이 A씨는 "6학년 반 학생한테 성희롱당했다. 전 여자고 학생은 남자"라며 해결 방법을 묻는 글을 올리면서 학생으로부터 받은 메시지 내용을 첨부했다.
해당 글에 따르면 학생은 A씨에게 "휴 힘들었다. 선생님 XX에 XX 넣어도 돼요?"라며 노골적 성희롱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A씨는 "학생에게 전화해서 물어보니 친구랑 카카오톡 하다가 실수로 보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본 다른 선생님들의 조언과 응원 댓글이 쏟아졌다고 한다. 이후 A씨는 "큰 힘이 됐다"며 "일단 부장, 교감 선생님께 말씀 드렸다. 선생님들 말씀처럼 쉽게 넘어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A씨의 사연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경찰에 신고해야 된다" "요즘 6학년이면 알 거 다 안다. 반드시 처벌해야 된다" "친구한테 보내는데 '선생님'이라고 하냐. 실수 같지 않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특히 교사로 추정되는 이들은 유사한 경험 사례를 댓글로 남기며 A씨처럼 고통을 호소했다. 어제 상담을 시작한 교사라고 소개한 한 누리꾼은 "우리 반에도 저런 애 있어서 여름에도 긴 팔, 긴 바지만 입고 다녔고, 여자 애들한테도 지분거려서 상담했더니 (부모님이) 자기 아들 꼬시려고 한다고 개XX 하시길래 놀랐다"며 "저건 성범죄잔데 저 교사 분은 보호 못 받을 거다. 나도 저런 성희롱당해봤는데 구두 사과만 받고 끝났고, 그 사과도 받기까지 한 시간 걸렸다. 애가 '말할 자유가 있다'고 개XX하다 부모님께 연락한다니까 사과했다"고 털어놨다.
다른 누리꾼도 "나도 초5 담임할 때 남자 애 셋이 '선생님도 남편이랑 XX하죠?' 이런 말 듣고 벙쪄 있었는데, 저건 더 심하다"며 "초등 담임은 극한 직업"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20, 30대 여교사 3명 중 2명은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경험했다는 통계도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7월 전국 유·초·중·고 교사 1,130명을 상대로 온라인 설문을 실시한 결과, 최근 3년 동안 성희롱·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교사가 여성 41.3%, 남성 21.3%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특히 20, 30대 여교사의 경우 66%가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경험했으며, 이 중 가장 많은 피해 경험은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로 조사됐다.
6학년이면 '촉법소년'에 해당해 처벌이 곤란할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촉법소년이란 만 10세 이상~14세 미만의 소년범으로, 범법행위를 저질러도 형사 책임 능력이 없기 때문에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의 만 나이는 일반적으로 11~12세라, A씨에게 성희롱 메시지를 보낸 학생도 촉법소년에 해당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누리꾼은 "나 아는 언니는 반 애한테 몰카 찍힘. 폰에는 같은 반 여자애들 사진이랑 자기 엄마 자는데 속옷 벗기고 성기 만지는 동영상도 들어 있었다"며 "신고했는데 촉법소년이라 처벌 못 받았고, 학교 측에서도 조용히 넘어가고 싶어해서 결국 언니만 정신병 얻고 마무리됐다"고 지인의 경험담을 대신 전했다.
이에 "촉법소년이라 처벌은 안 되더라도 생활기록부에라도 무조건 남겨야 된다" "이래서 촉법소년이 없어져야 됨"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부에서는 교사 인증을 거쳐야 게시물을 읽을 수 있는 해당 커뮤니티의 특성을 고려할 때 해당 사연이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 무단으로 유포된 것은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