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벤처 투자 규모가 지난해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바이오·의료 분야와 이미 투자했던 벤처 기업에 대한 후속 투자가 확대되면서 '제2의 벤처붐'을 연상케 한 모습이다. 현재 추세라면 연말까지 벤처투자 규모는 최대 7조 원대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올 들어 8월까지 벤처투자 누적 규모가 4조6,158억 원을 기록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8%(2조1,312억 원) 증가한 수치다. 또한 연간 기준 최대치였던 지난해 전체 벤처투자(4조3,045억 원)도 넘어선 규모다. 올 들어 8월까지 누적 투자 건수와 피투자기업 수는 각각 3,395건, 1,588개사로, 역대 최대 기록이다.
뭉칫돈들은 ICT서비스, 바이오·의료, 유통·서비스 등에 몰렸다. 특히 ICT서비스(1조3,080억 원)와 바이오·의료(1조935억 원) 업종에 대한 투자는 1조 원을 초과했다. 유통·서비스에 대한 투자도 9,618억 원으로 1조 원에 근접했다. 이들 3개 업종의 투자 증가는 전체 벤처투자 증가(2조1,312억 원)의 76%(1조6,113억 원)를 차지할 만큼, 두드러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비대면 분야 투자도 대폭 확대됐다. 올 들어 8월까지 투자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1조1,668억 원)보다 97.8% 급증한 2조3,084억 원에 달했다. 관련 투자기업 수도 586개사에서 175개(29.9%)가 늘어난 761개사로 집계됐다. 대규모 투자 유치도 늘었다. 올해 1~8월 100억 원 이상 투자를 받은 벤처기업은 총 92개사로, 지난해 전체 규모(75개사)보다 17곳이나 많았다.
올해 벤처투자의 또 다른 특징은 늘어난 후속투자다. 올 들어 8월까지 누적 후속투자 실적은 3조3,573억 원으로 전체 투자실적 중 약 72.7%를 차지했다. 이는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수준으로, 후속투자 비중은 2017년 같은 기간 약 55% 수준에서 꾸준히 늘고 있다. 또 많은 자금유입이 필요한 창업 후 3~7년 된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2조1,508억 원)도 지난해보다 126.1% 증가했다.
이처럼 올해 벤처투자가 사상 최대 규모로 늘어난 배경에는 △벤처·스타트업 창업 확산세 △투자환경 개선 △정부 지원 확대 등이 꼽혔다. 특히 후속투자가 대폭 늘어난 것은 투자 가치가 높은 우수한 기업들이 많아진 데다, 투자자들이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선별하는 노하우가 쌓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실제 4년 전 3개에 불과했던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기업은 현재 15개로 늘어났다. 아울러 벤처캐피털(VC)이 기업에 투자하면서 특수관계가 되더라도 후속투자를 가능토록 한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의 효과도 작용했다는 게 중기부 설명이다.
박용순 중기부 벤처혁신정책관은 “올해 벤처투자가 역대 최대 실적인 작년 말 실적을 4개월이나 앞당긴 건 전반적으로 창업벤처생태계가 양적·질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일관된 창업·벤처 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있기 때문이다”며 “월 평균치를 감안하면 연말까지 벤처투자액이 최소 6조 원에서 7조 원 사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