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업계와 대리운전 업계가 카카오의 골목상권 장악 시도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최근 발표된 카카오의 상생방안도 '면피용'에 불과하다며 카카오를 비롯한 대기업이 골목상권에서 아예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상공인연합회와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한국대리운전기사협동조합,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28일 서울 영등포구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카카오 관련 택시·대리운전 업계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택시호출 시장의 80%를 장악한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달 스마트호출 서비스의 요금을 대폭 인상하면서 불거진 파장은 카카오 전체 플랫폼에 대한 독과점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카카오는 지난 14일 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개 서비스 등 골목상권 사업을 철수하는 한편 업계와 충돌이 있었던 택시 스마트호출 서비스 폐지 및 프로멤버십 이용료 인하 등의 ‘골목상권 상생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관련업계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회장은 "택시업계가 폐지를 요구해 온 프로멤버십 이용료를 인하하는 데 그친 것은 스마트호출 수수료 폐지에 따른 카카오의 이익보전을 위한 것일 뿐 택시업계를 기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로멤버십 제도는 월 이용요금을 내면 택시기사들이 선호하는 콜(호출)을 우선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 제공 프로그램이다.
대리운전 업계 또한 이번 방안이 업계와의 상생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상생안에서 대리운전 중개 수수료를 고정 20%에서 수급 상황에 따라 0~20%로 변동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는데, 이는 자금력으로 중소 대리운전 업체들과 싸워 결국 카카오가 시장을 독차지하는 결과를 야기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장유진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회장은 "최근 카카오의 입장 발표를 보면, 돈 안 되는 업종에서만 철수하고 돈 되는 대리운전 등은 철수하지 않고 돈을 더 벌겠다는 표명과 같다"며 "대리운전 시장에서 카카오는 철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소상공인 단체들은 카카오 등 대기업의 골목상권 장악을 제한하는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소상공인 골목상권 침탈의 선두에 카카오가 있다"며 "소상공인연합회와 택시업계, 대리운전 대표들은 카카오의 시장 침탈을 막을 수 있는 전기가 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신속히 제정해 줄 것을 정부와 국회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