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타운' 작가=성추행 가해자, 방송사와 제작사 책임 어디에?

입력
2021.09.29 07:50
'홈타운' 주진 작가, 알고보니 미투 지목으로 활동 중단했던 조현훈 감독
tvN·스튜디오 드래곤, 촬영 직전에야 알았다고 주장

과거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됐던 조현훈 감독이 '홈타운'의 극본을 집필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방송가에 큰 파문이 일었다. 이와 관련, 편성을 담당한 케이블채널 tvN의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 27일 한 매체는 tvN 드라마 '홈타운'의 극본을 쓴 주진 작가가 영화 '꿈의 제인' 조현훈 감독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꿈의 제인'을 연출한 조현훈 감독은 지난 2018년 성추행 가해 사실을 인정했다. 지난 2018년 3월, 제보자 A씨는 2013년 인디포럼 폐막식 후에 가진 뒤풀이 자리에서 조현훈 감독에 의해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했고 이후 조현훈 감독은 자신의 SNS를 통해 가해 사실을 인정했다. 당시 조현훈 감독은 "앞으로 일체의 공식 활동과 작업을 중단하고 자숙과 반성의 시간을 갖겠다"고 전한 바 있다.

그러나 해당 논란 3년 만에 조현훈 감독은 이름을 바꾸고 드라마 작가로 복귀했다. 미투 가해자로 지목된 감독이 작품으로 복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논란이 불거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당사자 역시 떳떳하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의 흔적을 지우고 새로운 이름을 내세웠다.

조현훈 감독은 '홈타운'으로 작품 복귀한 것을 인정하며 성추행 사실 역시 다시 한 번 인정했다. 이와 함께 조현훈 감독은 "제 과오로 인해 고통받은 분과 영화계 동료들, 지금 방영 중인 작품의 시청자들께도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 전한다. 저는 당시에도 지금도 그 일을 부정하거나 숨기려고 하는 의도는 없었으며, 그 마음은 변치 않았다. 저는 그 일에 대해 여전히 끊임없이 되뇌이고 반성하고 있다. 저로 인해 상처받으신 분께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라도 하겠다. 제 잘못을 잊지 않고, 마음 깊이 반성하고 뉘우치며 살겠다"고 사과문을 게시했다.

이와 관련 본지는 '홈타운' 제작사 스튜디오 드래곤의 입장을 확인했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내부 회의 끝에 금주 회차부터 크레딧에서 작가 이름을 빼기로 했다. 아울러 조현훈 감독이 주진 작가라는 사실을 편성 단계에서 미리 알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작품을 계약하고 미팅을 진행, 촬영 직전에 알게 됐다"고 밝혔다. tvN 관계자도 "'홈타운' 편성을 확정짓고 촬영이 시작하기 전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앞서 '홈타운'은 유재명부터 한예리 엄태구 등 다채로운 연기파 배우들을 내세우며 하반기 기대작으로 손꼽혔다. 배우들의 호연 덕분에 시청률도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 1회 2.8%에서 2회 3.3%로 상승세를 보이던 시점이었기 때문에 작가의 논란이 더욱 아쉬움을 자아낸다. '다 된 밥에 재 뿌리기'다.

촬영 직전이었다고 한들 조현훈 감독의 복귀를 알고 있었다면 tvN 역시 비판을 받아야 하는 대상이 된다. 사실상 책임 프로듀서가 알고 있었다면, 이름을 바꾸고 정체를 숨긴 감독의 복귀를 도와준 셈이다. '즐거움의 시작'이라는 슬로건으로 사랑 받았던 tvN은 이번 논란으로 이미지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우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