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학교 총여학생회(총여)가 사라진다. 경희대는 한양대, 총신대 등과 함께 그나마 총여 간판이 남아 있던 몇 없는 서울권 대학 중 한 곳이었다.
총여 존폐 여부를 결정한 건 여학생들이다. 대학가 중 처음으로 여학생들만 투표에 참여해 의견을 냈고, 그 결과 스스로 총여 해산이란 결론을 내렸다.
27일 경희대에 따르면 지난 23일부터 이날까지 진행한 총여 폐지 찬반 투표 결과, 찬성 2,680표(63.45%), 반대 1,554표(36.55%)로 폐지가 확정됐다. 투표는 총여 정회원들이 했고 총 유권자 8,378명 중 4,224명(50.42%)이 참여해 참여율 과반을 넘겼다.
경희대 총여 존폐 논의는 올해 꾸준히 진행돼 왔다. 사실상 폐지를 가닥으로 해산 결의냐, 투표를 통한 폐지냐 등 방식을 정하는 단계였다. 여성의 대학 진학이 높아지면서 필요성이 자연스레 줄어 서울 지역 대부분 대학에서 총여는 이미 사라졌다.
경희대 총학생회는 간담회 등 내부 논의 끝에 총여 해산을 결정할 주체가 구성원인 여학생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모였다. 이에 23일 오전 9시30분부터 온라인 전자투표 방식으로 투표를 시작했고, 최종 찬성률 63.45%로 자발적 해산이 결정됐다.
이로써 경희대 총여는 1987년 출범 후 34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총여를 해산하는 대신 경희대는 연내 새로운 대안기구를 신설할 예정이다. 앞서 경희대 서울캠퍼스 중앙운영위원회는 입장문을 통해 "대학 내 혐오와 차별, 폭력에 대응할 수 있는 대안기구의 신설을 2021년 이내에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희대 총여는 1990년대까지 여학생 취업 대책 등을 위해 힘썼지만, 2006년 고(故) 서정범 교수 무고 사건 등으로 논란에 휩싸이면서 수년째 대표자가 공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