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어느 멋진 날, 미 해병 소령 브라이언 데니스(Brian Dennis)와 잡종개 넙스(Nubs)가 처음 만났다. 데니스는 이라크 기지 주변을 순찰하던 중이었고, 병영 주변에는 떠돌이 개들이 지천이었다. 넙스도 그들 중 하나였다. 하지만 넙스는 다른 개들과 달리 데니스를 보자마자 달려와 덥석 안더니 이내 발라당 누워 배를 내보이며 만져 달라고 청했다.
이라크에선 개의 귀를 짧게 자르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싸움의 핸디캡을 없애고 위협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서다. 덩치는 작아도 저먼 셰퍼드처럼 생겼고, 보더콜리 혈통도 살짝 엿보이는 믹스견 넙스의 귀도 짧았다. 그런 외모와 달리 스스럼없이 애교를 떠는 넙스에게 데니스와 순찰대원들은 한껏 사랑을 베풀었다. 하지만 군견이 아닌 개를 병영 안에서 키우는 건 군율 위반이었다.
며칠 뒤 넙스는 스크루드라이버에 복부를 찔려 출혈과 곪은 상처로 사경을 헤매다 발견됐다. 데니스는 넙스를 데려와 침대 곁에 두고 정성껏 간병했고, 기력을 되찾은 넙스를 다시 병영 밖으로 내보냈다.
얼마 뒤 데니스 부대는 요르단 접경지로 전출 명령을 받았다. 데니스는 신나서 달려온 넙스와 짧은 작별의 정을 나눈 뒤 군용지프에 올랐다. 하지만 넙스에겐 규율도 없었고, 복종해야 할 명령권자도 없었다. 이별을 원치 않은 넙스는 험비 뒤를 눈으로 쫓고, 데니스의 체취를 코로 쫓으며 장장 120km를 달려 데니스를 찾아왔다. 감격한 데니스는 그를 병영에 들였고, 얼마 뒤 부대장은 명령을 내렸다. 개를 치우라는 거였다.
선택은 두 가지. 매정하게 내쫓거나 데니스의 샌디에이고 집으로 보내는 것. 후자를 택하려면 약 5,000달러가 들었다. 넙스의 사랑이 플로리다 한 방송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면서 응원과 후원금이 쇄도했다. 넙스는 2008년 3월 요르단, 시카고를 거쳐 샌디에이고에 이주했고 한 달 뒤 휴가 나온 데니스와 극적으로 재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