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을 향해 1년 내로 점령지에서 철수하지 않으면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스라엘이 1993년 오슬로 협정을 지키지 않는다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 평화 공존, 이른바 ‘두 국가 해법’을 폐기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마무드 아바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24일(현지시간) 사전 녹화된 유엔 총회 화상 연설에서 1년 안에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동예루살렘에서 철수하라고 촉구했다. 아바스 수반은 “(이스라엘이) 철수하지 않으면 우리가 1967년에 정해진 국경에 따라 이스라엘을 인정할 이유가 없다”며 “왜 (우리가) 계속 이스라엘을 인정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아바스 수반은 또 이스라엘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영토 점령 적법성을 따지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러면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국제사회가 참여하는 중동 평화 회의 소집을 촉구했다.
아바스 수반의 이날 경고는 이스라엘이 점령지에서 철수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양측이 평화롭게 공존해야 한다는 '두 국가 해법'을 폐기하고 동등한 관계를 요구하겠다는 의미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는 지난 1993년 오슬로에서 팔레스타인의 자치와 이스라엘의 존재를 인정하는 협정에 서명했다. 또 양측은 1995년 2차 협정을 통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및 요르단강 서안 점령지 반환, 팔레스타인 자치 국가 설립 등에도 합의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점령지 내 군병력 철수, 점령지 반환, 팔레스타인 자치권 확대 등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요르단강 서안 등에 정착촌을 건설, 유대인들을 대거 이주시켜 팔레스타인의 반발을 샀다.
이스라엘 측은 즉각 반발했다. 길라드 에르단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는 “진정으로 평화와 협상을 원한다면 유엔에서 위협과 망상에 가득 찬 최후통첩을 하지는 않는다”며 아바스 수반의 발언을 비판했다. 최근 팔레스타인 영토 문제를 관할하는 베니 간츠 국방부 장관과 아이작 헤르조그 대통령이 아바스 수반을 접촉하면서 일각에서는 2014년 중단된 양측의 평화협상이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와 결을 달리하는 발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