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 주변 사람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 지난 14일 대선캠프 해체를 선언한 최 전 원장이 낙태 반대 시위에 참여하거나 21대 총선 부정선거 의혹에 동조하는 '극보수 전략'으로 선회하자 실망을 토로하면서다.
최 전 원장의 우클릭은 계산된 전략에 가깝다. 다음 달 8일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2차 컷오프(4명)에서 살아남기 위해 섣부른 외연 확장보다 전통 보수층 결집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정치 입문 당시 '따뜻한 원칙주의자'로 기대를 모았던 그가 극단적인 진영논리에 기댄 모습은 향후 정치 행보에서도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24일 최 전 원장의 조력자였던 한 국민의힘 의원은 "최 전 원장은 길을 완전히 잃었다"고 단언했다. 보수를 바로 세우겠다는 게 '최재형의 비전'이었는데, 보수 궤멸을 자초한 21대 총선 부정선거 의혹에 맞장구를 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강성 보수층에서 제기하고 있는 부정선거 의혹은 선거불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감한 이슈다. 국민의힘에선 당 지도부까지 수차례 "사실과 거리가 멀다"고 일축한 사안임에도 동조에 나선 것이다.
최 전 원장은 그럼에도 '마이웨이' 중이다. 이날 일정도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와 펜앤드마이크 유튜브 방송 출연 등 보수 매체와의 인터뷰로 채워졌다. 경선 과정의 주요 공략 대상을 분명히 한 것이다. 최 전 원장 측 김준호 대변인은 "매체 성향을 가리지 않고 열린 자세로 인터뷰에 임하는 것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최 전 원장이 우향후 행보에 나섰지만 위기는 점점 깊어지고 있다. 매일경제·MBN 의뢰로 알앤써치가 21, 22일 실시한 야권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 결과, 최 전 원장은 당내 대선후보 경선 2차 컷오프 기준인 4위 진입 여부도 불투명했다. 홍준표 의원(34.5%), 윤석열 전 검찰총장(30.8%), 유승민 전 의원(10.6%)이 '2강 1중' 구도를 형성한 가운데, 최 전 원장은 2.5%에 불과했다. 황교안 전 대표(2.3%), 원희룡 전 제주지사(1.5%), 하태경 의원(1%) 등과 오차범위 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에 "대선은 장기 레이스인데, 눈앞의 인기만 쫓는 모습을 국민들이 모르겠느냐"며 "최 전 원장이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선 결과를 의식한 지나친 '우클릭' 전략은 경선 이후 정치 행보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가장 강력한 우군이었던 정의화 전 국회의장마저 전날 지지를 공식 철회했다. 정 전 의장은 "최 전 원장이 상속세 폐지를 주장한 것에 실망했고, 모든 낙태는 불법이란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지율 하락을 반전시키려 극단을 선택하는 건 기존 정치인과 다를 게 없다"고 직격했다. 기존 대선캠프에서 여성가족총괄본부장을 맡은 김미애 의원도 "가덕도신공항 전면 재검토는 결코 수용할 수 없는 주장"이라며 실망을 표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알앤써치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