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추방 비인간적..." 美 아이티 특사 바이든의 난민 정책 공개 비판 사임

입력
2021.09.24 18:43
공개 사임 서한에서 미국의 난민 정책 비판 쏟아내
"미국의 비인간적 결정 지지 않는다" 
"정책 수정 권고했지만 묵살 당해" 
백악관 "임기 중 우려 제기한 적 없어" 반박
미 국토안보부, 아이티 난민 1,400명 본국 송환
불법 이민자 급증에 바이든 난민 정책도 논란

"나는 수천 명의 아이티 난민과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려는 미국의 비인간적인 결정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대니얼 푸트 미국 아이티 특사가 지난 22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이 같은 내용의 서한을 보내 사임 의사를 밝혔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임명한 고위 외교관이 취임 두 달 만에 '공개 비판 사임'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 정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전망이다.

잠비아 대사 등을 지내고 지난 7월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전 대통령의 암살 후 특사로 임명된 푸트 특사는 서한을 통해 미국의 아이티 난민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아이티 난민을 '무장한 범죄조직의 테러, 유괴, 강도 및 대학살의 인질'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이들을 본국으로 추방하는 것은 '범죄를 부추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을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정책을 수정하거나 철회할 것을 정부에 권고했지만 묵살당했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최근 미 국경순찰대가 아이티 난민들을 가축 몰듯 말을 타고 채찍을 휘두르며 쫓아내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정부의 난민 단속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진 상황에서 나왔다. 그는 이 같은 정부의 대응에 "비인간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푸트 특사의 비판에 백악관과 국무부는 즉각 반박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기자회견에서 "임기 중에 이민 정책에 대한 우려를 제기할 충분한 기회가 있었지만 그(푸트)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고 반격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도 "지금은 리더십이 필요한 힘든 순간"이라며 "(푸트가) 해결책 모색이 아닌 사임을 선택하고 그 정황을 잘못 설명하고 있는 점에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친(親)이민 정책을 앞세웠던 바이든 행정부는 중남미에서 밀려오는 대규모 이민 행렬에 강경 대응하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23일 리오그란데강 인근에서 미국에 난민 신청 절차를 기다리는 인원이 약 1만4,000명까지 늘어났다고 전했다. 미 국토안보부는 23일까지 1,400명 이상의 아이티 난민을 본국으로 송환하고, 3,200명 이상의 난민을 추방했다.

푸트 특사는 이날 서한에서 정부가 모이즈 대통령 암살과 연루된 아리엘 앙리 아이티 총리를 지지한 데 대해서도 비판했다. 푸트 특사는 “미국을 비롯한 외국 정부가 수십년 간 아이티 정치를 조종해온 걸 연상시킨다”며 “미국이 또 승자를 고를 수 있다고 믿는 자만심이 놀랍다”고 지적했다.



김지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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