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천 명의 아이티 난민과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려는 미국의 비인간적인 결정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대니얼 푸트 미국 아이티 특사가 지난 22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이 같은 내용의 서한을 보내 사임 의사를 밝혔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임명한 고위 외교관이 취임 두 달 만에 '공개 비판 사임'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 정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전망이다.
잠비아 대사 등을 지내고 지난 7월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전 대통령의 암살 후 특사로 임명된 푸트 특사는 서한을 통해 미국의 아이티 난민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아이티 난민을 '무장한 범죄조직의 테러, 유괴, 강도 및 대학살의 인질'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이들을 본국으로 추방하는 것은 '범죄를 부추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을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정책을 수정하거나 철회할 것을 정부에 권고했지만 묵살당했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최근 미 국경순찰대가 아이티 난민들을 가축 몰듯 말을 타고 채찍을 휘두르며 쫓아내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정부의 난민 단속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진 상황에서 나왔다. 그는 이 같은 정부의 대응에 "비인간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푸트 특사의 비판에 백악관과 국무부는 즉각 반박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기자회견에서 "임기 중에 이민 정책에 대한 우려를 제기할 충분한 기회가 있었지만 그(푸트)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고 반격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도 "지금은 리더십이 필요한 힘든 순간"이라며 "(푸트가) 해결책 모색이 아닌 사임을 선택하고 그 정황을 잘못 설명하고 있는 점에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친(親)이민 정책을 앞세웠던 바이든 행정부는 중남미에서 밀려오는 대규모 이민 행렬에 강경 대응하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23일 리오그란데강 인근에서 미국에 난민 신청 절차를 기다리는 인원이 약 1만4,000명까지 늘어났다고 전했다. 미 국토안보부는 23일까지 1,400명 이상의 아이티 난민을 본국으로 송환하고, 3,200명 이상의 난민을 추방했다.
푸트 특사는 이날 서한에서 정부가 모이즈 대통령 암살과 연루된 아리엘 앙리 아이티 총리를 지지한 데 대해서도 비판했다. 푸트 특사는 “미국을 비롯한 외국 정부가 수십년 간 아이티 정치를 조종해온 걸 연상시킨다”며 “미국이 또 승자를 고를 수 있다고 믿는 자만심이 놀랍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