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대 송이버섯 산지인 경북 영덕을 중심으로 올가을 ‘송이 대풍년’이 예고됐다. 지난여름 잦은 비와 서늘한 날씨로 송이버섯이 예년보다 일찍 잘 자란 덕분이다. 가을 송이가 본격 출하하는 이달 말부터는 많은 이들이 질 좋은 송이를 맛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산림조합중앙회 송이공판현황에 따르면 전날까지 공판량 5만5,951㎏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시기(2,469㎏) 대비 무려 22배나 많은 양이다. 송이는 9월 20일 전후로 생산되지만, 올해는 이보다 10여 일 빠른 이달 6일 첫 출하했다.
'왕의 소나무'로 불리는 경북 울진 ‘금강소나무’에서 자라는 송이 역시 지난해보다 열흘 일찍 선보였다. 지난달 하순부터 영덕 등 산지를 중심으로 경북 동해안에 많은 비가 내리고 기온도 많이 떨어지는 등 송이 생장 조건에 적합한 날씨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송이는 비가 와서 땅속 깊은 곳까지 흠뻑 젖어야 균사체가 잘 성장한다. 전국 최대 생산지인 영덕은 8월 한 달간 456.6㎜의 비가 내렸다. 강수 일수도 21일이나 됐다.
신성욱 영덕군산림조합 유통과장은 “송이 산지마다 올여름 거의 매일 비가 왔고, 100㎜ 이상 내렸다”며 “예년보다 일찍 송이가 올라와 시작이 아주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생산량이 늘었지만, 가격은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다. 솔잎 향 가득한 자연산 송이를 찾는 미식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영덕산림조합은 지난해 9월 22일 첫 공판 때 1등품 1㎏과 등외품 1㎏을 각각 56만1,000원과 18만1,100원에 수매했고, 올해 첫 공판에도 이와 비슷하게 1등품 51만8,900원, 등외품은 18만1,300원에 각각 수매했다.
그러나 본격 출하하는 이달 말부터 송이 생산에 적합한 날씨가 이어지면 저렴한 송이를 기대해볼 수 있다. 먹을 수 있는 크기까지 잘 성장하려면 적당한 습도와 함께 일교차가 크지 않고 낮 최고 기온이 24도 이하로 유지돼야 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영덕지역은 이달 27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낮 최고기온이 23~24도에 최저기온이 16~18도, 29일 오후 한 차례 비가 내릴 것으로 예고돼 있다.
32년간 송이를 딴 농민 백모(64)씨는 “날씨가 이대로만 유지된다면 다음 달 초쯤 가장 저렴한 가격에 송이를 맛볼 수 있을 것 같다”며 “기온이 조금만 올라도 생산량이 크게 줄어드는 등 변수가 많아 아직은 풍년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