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 때 아닌 '수박' 논쟁이 불붙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이 "수박은 호남을 차별하고 비하하기 위해 만든 극우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의 언어"라고 주장하면서다.
이재명 경기지사 측은 오히려 수박과 호남을 연결하는 이 전 대표 측의 해석이 일반적이지 않다고 반박한다. 이 전 대표가 동정표를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민주당 경선에선 20여만 명 권리당원 선택의 향방을 묻는 호남권 투표가 진행 중이다. 결과는 광주·전남은 25일, 전북은 26일 나온다.
16일 이낙연 캠프 이병훈 대변인은 "최근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일부 유튜버들과 네티즌들 사이에서 이낙연 후보를 지지하는 국회의원과 지지자들을 '수박'이라고 비하하는 끔찍한 일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며 "사용을 멈춰 달라"는 논평을 냈다.
'수박'은 '홍어'와 함께 일베에서 쓰기 시작한 호남 혐오, 호남 비하 멸칭이라는 것이 이 대변인의 주장이다.
그는 "대다수분들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입에 담기 힘든 끔찍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이 단어의 연원을 모른 채 사용하고 있다"며 "이 단어가 우리 당 안팎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것은 참담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이후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논평이 이른바 '이낙연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유튜버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밝혔다. 블랙리스트란 이낙연 캠프 측에서 이 지사를 지지하는 유튜버들을 정리한 명단인데, 김용민TV, 이동형TV, 고발뉴스TV, 새날TV, 시사타파TV, 열린공감TV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수박은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을 지칭하는 관용적인 표현'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박'이 명낙대전으로 옮겨붙은 것은 전날 이 지사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반박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에서 이 표현을 사용하면서다.
이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저에게 공영개발 포기하라고 넌지시 압력을 가하던 우리 안의 수박 기득권자들"이라며 개발이익을 민간에 더 넘겨줘야 한다고 주장하던 자들이 지금은 반대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22일 이낙연 캠프 측에서 즉각 "이재명 캠프와 지지자들은 사용 중단 요청에 대해 '관용구로 사용했을 뿐'이라며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했다. 이제는 이재명 후보마저 '수박'이란 혐오 표현을 사용하기에 이르렀다"는 논평을 냈다.
이 대변인은 "겉과 속이 다른 기득권자들에 대한 관용구로 쓰고 있다고 해도 이 또한 상대 후보와 캠프에 대해 혐오와 배제를 선동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며 사용 중단을 재차 요청했다.
그러나 이재명 캠프 측은 "이낙연 후보 캠프에서 수박을 호남 비하로 연결하는 것은 유감"이라며 맞받아쳤다. 이날 박찬대 수석대변인은 온라인 주간브리핑에서 "자꾸 수박을 호남과 연결하는 건 '셀프 디스'가 아닌가, 호남의 동정을 끌기 위한 무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수박이라는 표현은 겉과 속의 색깔이 다르다는 의미"라며 "수박이라는 표현이 호남과 관련성이 있다고 알고 있는 분은 없다"는 반박도 덧붙였다.